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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단’ 발사 실패 체면 구긴 김정은

Posted April. 16, 2016 07:14,   

Updated April. 16, 20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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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15일 동해안에서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사진)을 쏴 올렸지만 발사한 지 몇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30분경 강원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 미사일 1기를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쏴 올렸다. 미사일은 발사 직후 초기 상승 단계에서 갑자기 기울어지면서 비행 자세도 잡지 못한 채 수백 m 상공에서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미사일이 정상적인 비행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미국 첩보위성이 실시간으로 포착했고, 한국군도 대북 신호정보 수집과 감청 등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의 공동평가 결과 발사 실패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북한이 이달 초부터 무수단 미사일을 실은 TEL 2, 3대를 원산 일대에 잇달아 배치하는 등 발사 징후를 보이자 군 당국은 이지스구축함을 동해에 파견하는 등 도발 가능성에 대비했다.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4000km로 추정된다. B-52 폭격기 등 미국 전략무기가 배치된 괌 앤더슨 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2007년부터 실전 배치된 뒤 2010년 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때 실물이 처음 공개됐다.

 하지만 한 차례도 발사한 적이 없어 구체적인 성능과 위력이 베일에 싸여 있었다. 옛 소련제 R-27(SS-N-6)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복제해 만들어 굳이 시험발사를 하지 않아도 성능과 신뢰도에 문제가 없다는 북한의 자신감으로 한미 군 당국은 평가했다.

 미국이 2009년부터 괌 기지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한 것도 무수단 미사일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태양절 ‘축포용’으로 처음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이 실패함에 따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R-27 SLBM의 추진체를 키우고, 엔진을 개량해 만든 무수단 미사일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이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것은 엔진과 추진체 등에 중대 결함이 있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과 고체연료 로켓 성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 당국자는 “북한 전역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수백 기의 허술한 관리 실태를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발사 실패 책임을 물어 북한 기술진을 고강도로 문책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북한이 발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달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무수단 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성공시킨 뒤 5차 핵실험을 강행해 대미 핵타격 위협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원산 일대에서는 미사일을 실은 또 다른 TEL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기자들에게 “북한의 어떠한 도발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며 “한미 양국과 연대해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윤상호군사전문기자ysh1005@donga.com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