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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현역 임지순의 상상력

Posted February. 26, 2016 07:24,   

Updated February. 26, 20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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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수상이 가장 유력한 한국 물리학자’ 임지순 서울대 석좌교수(65)는 세미나에서 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졸면서 언제 발표를 들었을까 싶은데 질문 시간에는 가장 먼저 손을 드는 ‘기인(奇人)’이다. 임 석좌교수는 강연자에게 미안하다면서도 “내내 조는 건 아니다. 발표의 핵심 내용은 대체로 뒷부분에 나오고 앞부분은 재미가 없어서…”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임 석좌교수는 어릴 때부터 천재로 불렸다. 수재들만 모인다는 경기고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지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입학예비고사 전국 수석이었으며 본고사를 치르던 시절인 1970년 서울대에 수석 입학하는 실력을 뽐냈다. 그런 그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유학 가서는 기가 죽었다. 외우고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데는 앞섰지만 독창적 아이디어를 내는 데는 많은 미국 학생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는 박사과정 때 ‘전산고체물리학’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했다. 1998년에는 탄소나노튜브를 여러 다발로 묶으면 반도체 특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후 수소를 고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물질구조를 발견하는 괄목할 성과를 냈다. 2011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를 지닌 학술단체인 미국과학학술원(NAS) 종신회원이 된 국내 첫 물리학자가 됐다. 주 6일 연구실을 지키면서도 시간이 아까워 욕을 먹을지언정 대학 보직을 맡지 않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연구 덕목으로 창의성을 꼽는다.

 ▷경력으로 보면 공부벌레 같지만 경기고 시절 3선 개헌 반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다 정학을 맞았다. 대학 때는 계엄령과 위수령이 자주 내려져 전공 공부보다는 소설과 사회과학 책을 많이 읽었다. 그는 폭넓은 독서가 깊은 생각을 이끌고 이는 상상력 발휘로 이어진다고 후학들을 안내한다. 어릴 때부터 현실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그의 연구는 실용적이다. 그는 3월부터 70세 정년이 보장되는 포스텍 석학교수로 옮겨 신소재 분야의 산학협력연구를 진행한다. 70세 현역을 꿈꾸는 그의 상상력이 활짝 필 날을 기대한다.

이 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