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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백신’ 임상시험 미국서 받게 하는 한국형 규제 족쇄

‘지카 백신’ 임상시험 미국서 받게 하는 한국형 규제 족쇄

Posted February. 05, 2016 09:10,   

Updated February. 05, 20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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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백신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이 미국 바이오테크사인 ‘이노비오’와 공동으로 지카바이러스 유전자 백신을 개발하면서 미국에서 임상시험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교두보로 글로벌 시장으로 직행할 수 있는 이점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혁신적 신약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 혜택을 주는 미국과 달리 승인이 언제 날지 모르는 한국의 ‘거북이 행정’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약허가는 모두 ‘약물 발굴-전임상시험(동물실험)-임상시험(인체실험)-인허가’ 단계를 거친다. 절차는 비슷하지만 시험과 인허가 과정에서 개발사가 체감하는 규제의 강도는 딴판이다. 미국 FDA는 시판까지 걸리는 기간을 대폭 줄이는 장치를 곳곳에 둔 반면 한국 식약처는 신중한 행정을 명분으로 시간 끄는 게 습관이 돼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어제 바이오업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바이오헬스산업이 미래 신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공허해진다. 일본은 2014년 11월 의약품 및 의료기기법을 개정해 줄기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가 인체에 부작용만 없다면 효과를 완전히 입증하지 않아도 시판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리뉴론, 이스라엘의 플러리스템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 지난해 7월 의약품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21세기 치유법’을 통과시켰다. 한국 식약처는 지난달 “안전성과 유효성이 현저하게 개선된 의약품을 신속 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다.

 한국 바이오업체가 미국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현실은 한국형 규제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규제 프리존’을 현 정부의 규제개혁 브랜드로 내세우지만 특별법을 만들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난관이 남아 있다. 중국 국유 화학기업인 켐차이나가 스위스 종자(種子) 대기업인 신젠타를 인수하고, 구글 애플 등 정보기술(IT)기업들이 스마트카 사업에 뛰어드는 글로벌 경제전쟁의 시기 우리는 언제까지 규제의 족쇄를 방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