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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사냥꾼     - 강동윤


“내무반에 계신 동지 여러분! 모두 소연병장으로 집합해 주세요. 중대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예비군들의 권익을 위해 긴급 동의할 일이 있습니다...... ”
연단에 올라 선 최 병장이 불이 켜진 막사를 올려다보며 목청을 키웠다. 그리고 핸드 마이크의 스위치를 눌러 사이렌 소리를 요란하게 냈다. 에에, 하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고막을 후벼파고 들었고, 뾰족하고 날카로운 소음이 적막에 싸여 있던 산간(山間)을 수선스럽게 뒤흔들었다. 그러자,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놀란 얼굴들이 무수히 빠져 나왔다. 어느새 연병장에도 불이 들어왔다. 막사 앞 소연병장이 훤하게 밝아지자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나무 그늘 밑의 예비군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계곡 쪽으로 물러서 있는 관목 숲의 예비군들도 실루엣으로 나타났다. 계곡 끝자락은 여전히 어둠으로 깊게 물들어 있었다.
“뭐 합니까? 빨리 안 나오고. 지금 시각 21시30분. 5분내로 나오세요. 나와서 억울한 우리 동지의 사정을 들어봐 주시고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긴급동의를 할 일이 있습니다. 이건 장난이 아닙니다. 아시겠어요? ”
얼마 후, 세 군데로 터진 출입구에서 예비군들이 게으르게 슬슬 기어 나왔다.
“뭔데?”
“누가 죽었나?“
“심심한데 잘 됐다.”
“한참 돈을 따고 있는데 무슨 일이요? 재수 없게.”
연단 근처로 몰려들며 예비군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지껄였다. 그들은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처럼 마음을 풀어 헤치고 있었다. 무료한 저녁 시간들을 소모시킬 좋은 기회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숫하게 늘린 지겨운 시간들을 재미있게 보낼 사건이 터졌다고 하면서 모두들 남의 집 불구경이라도 나온 듯한 표정들이었다. 그들은 슬리퍼를 질질 끌고 굴뚝 연기처럼 꾸역꾸역 몰려 나와 오와 열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연단 주위를 빙 둘러서기 시작했다. 그러자 연단 주위가 이른 새벽 어시장처럼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저녁부터 자리잡고 앉아 잡담을 즐기고 있던 짙은 숲 그늘에 숨어 있는 예비군들은 좀체 엉덩이를 일으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최 병장이 그 쪽을 겨냥해 연신 소리를 질렀다.
“저 나무 밑의 예비군 동지들! 전우 여러분! 빨리 오세요. 집합하시라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들은 체도 않고 그 자리에 앉은 채 사건의 추이를 지켜볼 심산인 듯 삐죽삐죽 웃으며 담배만 피워 댔다. 담뱃불이 연신 반짝반짝 하고 점점이 돌아가며 빛을 발했다. 몇 번 호소를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자 최 병장은 그들을 포기하고는 고개를 막사 쪽으로 획 틀고 목청을 더욱 키워 형광등 불빛이 뿌려지는 창들을 일일이 훑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어서 나오세요! 저기 뭐합니까? 3층 중간에 자라처럼 고개 내미신 분 어서 나오세요.”
3층 중간 창틀에 턱을 괴고 앉아 물끄러미 이 쪽을 내려다보던 얼굴이 최 병장의 지적에 고개를 안으로 쑥 집어넣었다. 와아! 하고 연단 아래의 예비군들이 폭소를 쏟아냈다. 오 병장은 연단 아래의 수많은 머리통들을 더듬으며 묘한 열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뭐 해요? 경과 보고를 해야지.”
“무슨 일이요?”
연단 아래 예비군들 무리 중간 중간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 소리를 기점으로 여기저기서 비슷한 소리들이 난무했다. 그 소리들은 곧 웅성거림으로 변했다. 오 병장 옆에 서서 어둠 저편을 망연히 바라보던 문 병장이 최 병장에게서 마이크를 뺏어 들었다. 문 병장은 단단해 보이는 눈빛을 들어 연단 아래에 빼곡이 들어찬 대원들을 휘둘러보고는 마른기침을 조용하게 몇 번 내뱉더니 천천히 입을 열어 또박또박한 어투로 허 중사가 당한 피해사실을 낱낱이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예비군들이 흥분을 감추지 않고 연단으로 욕을 퍼 올렸다.
“죽입시다!”
“씨발놈! 미친놈 아냐? 감히 예비군을 패?”
“본 때를 보입시다. 우리가 아직도 핫바진 줄 아나?”
“에이, 썩을 놈들아!”
떠들썩하게 욕지거리를 퍼붓는 예비군들에게 손을 들어 진정시키고 문 병장은 연설하듯이 말을 이었다. 처음에, 예비군들은 문 병장의 말투와 내용이 웅변조여서 지겨운 듯이 웅성거렸는데, 차츰 시간이 흐르자 문 병장의 유창한 말의 홍수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휩쓸려 들어가는 듯했다. 어느 순간부터 웅성거림이 잔잔해 졌기 때문이었다.
“...... 여러분들은 대개가 소시민이고 별 볼일 없는 존재들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들이 만약 잘
나가는 집 자식이라면 군대를 가지 않았을 테니 여기에 올 필요가 없을 거구요, 또한 여러분들이 대기업에 다닌다면 그 회사 예비군 대대에서 훈련을 받을 테니 또 여기에 올 필요가 없을 겁니다. 결국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은 중소 기업 아니면 소규모 개인 장사를 하시는 분들 아니겠습니까? 사회라는 수레바퀴에서, 여러분들은 자갈밭과 진창을 온몸으로 껴안고 굴러가야 하는 바퀴라는 겁니다. 막말로 돈 많고 권력있는 놈들이 육군 땅개로 초빼이 쳤겠느냐 이겁니다. 여러분들은 최하층 말단병으로 3년 간 고생만 직사게 하다가 돌아온 우울한 병 출신들입니다. 병들의 절망을 여러분들은 알 겁니다. 제대를 하고도 여러분들은 그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절망은 노예 근성에서 생기는 겁니다. 그 근성을 버려야 합니다. 그 근성을 억누르는 상층에는 장교들과 같은 무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영광을 위해 존재하는 들러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의 영광을 위해 존재할 뿐입니다......
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다수의 존재들이 누구입니까? 우리들과 같은 병 출신들입니다. 우리들은 갖은 핍박과 질곡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어서는 잡초와 같은 존재들입니다. 그런 우리들을 누가 무시하고 핍박한단 말입니까?......
여기에 우리들의 전우인 허 중사님이 여기 계십니다. 이 분은 7년 간이나 이름 없는 하사관으로 근무하다가 절망을 느껴 제대하신 노병입니다. 보잘것없는 하사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십이 넘어서까지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는 불쌍한 퇴역 군인이죠. 이런 분이 장교한테 따귀를 맞아야 겠습니까? 하사관과 병들은 같은 존잽니다. 그들도 우리와 뿌리가 같은, 핍박받는 존재다 이겁니다. 그들의 허무를 군 생활하면서 많이 봐오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이번에 분명코 우리들의 분노를 보여 줘야 합니다. 3중대장을 불러내 여러분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립시다. 그가 가지고 있던 우월감과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을 똑바로 잡아 줍시다. 그가 가지고 있던 약한 자에 대한 폭력성을 엄중히 경고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따끔하게 벌을 줍시다. 우리는 견고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우리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내일 단체로 훈련을 보이콧합시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엄숙히 문병장의 연설을 듣던 예비군들이 고함을 연단으로 쏘아 올렸다.
“죽여라!”
“무릎 꿇리자!”
“내일 놀자! 무조건 놀자!”
“손해배상 청구하소! 우리가 증인이요! 연판장이라도 돌립시다!”
하얘진 얼굴을 해 가지고 문 병장은 막 연단으로 올라오는 허 중사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다시 어둠 저편으로 던졌다. 오 병장은 움푹 패인 문병장의 눈두덩을 약간 떨리는 눈길로 바라보았다. 아까 보다 문병장의 모습이 조금 부풀어 보였고 머리카락 위로 흩날리는 외등의 창백한 불빛이 그의 머리를 실루엣으로 흐려놓아서 그런지, 머리 뒤로 둥그런 후광(後光)을 두른 듯했다.
그의 장황한 연설을 들었을 때, 오 병장은 무언가 잡히지는 않았지만, 슬프다는 감정과 더불어 울적한 무엇이 목구멍으로 치밀었고, 하마터면 소리라도 지를 뻔했다. 그건 무의식의 밑층에 앙금으로 남아 있던, 짓눌리며 살아온 자의 울분 같은 건지도 몰랐다. 그런 감정들을 문 병장은 능숙한 솜씨로 간질이는 거였다. 그의 말속에는 낙타 누깔 같은 섬모가 돋아 있어, 말을 휘두를 때마다 그것이 무의식의 밑바닥을 휘젓는 듯했다. 그의 연설을 듣고 나자, 허 중사는 약한 피해자이고 이 대위는 난폭한 가해자라는 생각이 오 병장의 뇌수에 뚜렷이 각인될 지경이었다. 그건 감성이 아니라 이성에서 받아들인 결과물이었다. 되짚어 생각해봐도 어김없는 사실이었다. 연단이 주는 이성의 마비 때문인지도 몰랐다.
누군가 연단으로 빠르게 뛰어왔다. 예비군 장교였다. 앳되어 보이는 2소대장인 중위였다. 그는 껑충 뛰어 연단으로 올라왔다. 허 중사가 그를 막아섰다.
“내려가소!”
“이럴 필요까지 있습니까? ”
중위는 허 중사를 제쳐 두고 문 병장에게 볼멘 소리를 했다.
“당신들이 간섭할 일이 아니잖소.”
뾰족한 콧대 위로 뿔테를 밀어 올리고 문 병장이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중위가 즉시 설득조로 나왔다. 긴박해 보이는 말투였다.
“이 대위를 만나 보니까, 개인적으로 허 중사님과 만나 해결하겠답니다. 그렇게 하시죠. ”
중위의 표정이 애처로웠다. 아마도 그가 막중한 책임을 혼자 떠맡은 듯했다. 허 중사가 앞으로 불쑥 나왔다.
“무슨 소리. 일로 오라 하소. 우린 여기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여요.. ”
허 중사는 단호해 보였다. 문병장도 중위의 건의를 고려해 보는 눈치는 아니었다.
“정말 안되겠어요?”
허 중사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애절하게 중위가 물어왔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소. 아제가 뭔데 이라는 거요?”
“나야...... 그래요. 중재자죠.”
“치우고, 이 대위 나오라고 하소. 안 그러면 내일 훈련 안 할거요.”
“훈련은 나도 모르겠고......하여튼 좋은 게 좋은 것 아닙니까?”
“쓸데없는 소리 고만하고 퍼뜩 내려가소.”
허 중사는 문 병장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잡아들었다. 그리고 무료하게 서있는 예비군들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다. 그의 표정은 자신에 차 있었다.
“여러분! 이 대위 측에서 사과를 몬 한다고 하네요. 어쩔 까요?”
즉각 반응들이 터졌다.
“안되면 실력 행사라도 합시다. 대가리 숫자가 많은데 겁나는 게 뭐 있소!”
“잡아 족칩시다!”
“멍석말이라도 합시다!”
연단 바로 아래에서 올라온 과격한 견해들이었다.
“재미있는데 계속합시다. 웬만한 쇼보다 낫다!”
어디선가 김 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응집된 분위기를 금새 풀고 예비군들이 와아! 웃어댔다.
“보소! 우리가 장난으로 이 지랄 하는 줄 아쇼?”
허 중사가 화난 목소리를 그 쪽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그러자 주위에서 김을 뺀 그 자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분명 와아! 하고 웃던 자들일 터였다.
예비역 중위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문 병장이 다시 마이크를 찾아 들고, 그 때까지 서있던 예비군들에게 모두 연병장에 앉으라고 지시했다.
그 때, 1중대장과 2중대장이 고개를 이리저리 바쁘게 돌리며 빠르게 연단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연단 밑으로 다가와 올라올 생각도 않고 고개를 젖혀 연단 위에다 대고 책임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허 중사와 문 병장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문 병장이 장교들 쪽으로 한발 다가섰다.
“당신이요?”
사십이 다된, 새카만 얼굴의 1중대장이 고개를 제쳐 문 병장을 같잖은 듯이 쏘아보았다.
“책임자가 따로 있을 수 있어요?”
당신이라고 지칭한 말에 심기가 뒤틀렸는지 문 병장은, 1중대장을 쳐다보지도 않고 퉁명스레 대꾸했다.
“정말 이럴 거요? 내일 훈련도 보이콧 할거라면서......”
2중대장이 손가락질을 하면서 목청을 높였다. 그러자 문병장도 주저 없이 반박했다.
“사과하면 간단한데 뭘 망설입니까? 이 대위 하나만 수치심 느끼면 모두가 편하다고요. 뭡니까 도대체. 개똥보다 못한 알량한 장교의 자존심 때문입니까?”
“말 삼가시오. 개똥보다 못하다니.”
“이 곳으로 나와 미안하다.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하면 끝나는 일입니다. ”
“이거 봐요. 예비군 아저씨. 이 대위가 실수로 그런걸 가지고 너무 하는 거 아뇨?”
“결국 과실로 돌리시는군요. 좋아요. 과실이라 칩시다. 그럼 과실은 죄과를 안 받던가요?”
“아니 죄라니?”
“그럼 잘했단 말입니까?”
“내, 참, 말이 통해야지......”
장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예비군들이 뿔뿔이 흩어진 텅 빈 소연병장에, 외등마저 꺼져 버리자 주위는 한층 적막하고 쓸쓸해졌다. 내무반 창들을 넘어 창백하게 떨어지는 형광등 불빛이 몇 가닥씩 연병장으로 떨어졌다. 한여름의 울적한 밤이 계곡 주위를 어둠으로 가두었고 어둠을 헤치고 제법 선선한 솔바람이 살살 불어왔다. 멀리 보이는 산아래 마을엔 흐린 불빛이 몇 개 공중에 떠 있었다.
허 중사 일행은 깜깜한 대연병장 쪽을 바라보며 언덕배기 풀밭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허 중사는 초조한 듯이 거푸 담배를 바꾸어 물었다. 예비군들이 벌떼처럼 모인 연병장에서 수모를 당할 수 없다고 여겼는지 이 대위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집회를 끝내면서 연병장에 모인 예비군들과 내일 훈련을 보이콧하자고 굳게 약속을 했지만, 그건 확실히 믿을게 못되었다. 그들은 무사히 훈련 수료증을 받는 게 최대의 목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시위에 동조하는 것은 훈련 수료증이 보장된 상태에서라는 조건이 붙어 있을 때에만 유효한 거였다. 만약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자에겐 수료증을 줄 수 없다는 대대장의 지시가 떨어지면 그들은 금새 시위를 풀 게 틀림없었다.
허 중사는 자꾸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 병장은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하늘엔 유리 파편 같은 잔 별들이 가득 부셔져 있었다. 산바람이 선선히 불어 왔다. 그는 한껏 가슴을 부풀려 맑은 바람을 들여 마셨다가 천천히 뱉어냈다. 오 병장은, 이렇게 별을 쳐다보며 누워 있으려니 전신이 나른해지면서 완전군장으로 천리 행군을 하다가 휴식 시간에 탈진된 상태로 산등성이 솔밭에 엎어져 기진맥진해 졸던 현역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그 때는 얼마나 힘들었던가, 하고 생각하면서 지금의 평안한 휴식에 문득 감사하고 싶어졌다.
“일단 우리의 힘을 대대측에 보여 준 것은 큰 효과가 있을 겁니다. 연병장 모임이 우리에게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죠.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을 때에는 단체 행동이 가장 효과가 크잖아요? 내일 오전만 훈련 참가하지 않으면 당장 백기 들고 올 겁니다. 대대장이 가만히 내버려두겠어요? ”
듬직한 문병장의 목소리였다.
“문 병장 얘기가 맞아요. 개길 때는 개겨야죠.”
문 병장을 두둔하는 최 병장의 말이었다.
“글쎄, 예비군들이 우리말을 신의 있게 지켜 주겠소?”
허 중사는 자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풀기가 적잖이 사그라져 있었다. 술의 힘을 빌어야 할 것 같다고 오 병장은 누운 채로 문득 생각했다.
“예비군들이야 훈련 안 한다면 최고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니 걱정 할 거 없어요. 뭐가 걱정입니까? 대가리 수가 많은데 힘으로 밀어 부치면 항복하고 나올 겁니다. 쪽팔리게 여기서 두 손을 들 겁니까? 말이 안 되죠. 허 중사님이 애무하게 맞은 뺨의 고통은 어디서 하소연할 겁니까? 이번 기회에 단단히 버릇을 고쳐 놓아야 이 대위가 허 중사님께 벌벌 기죠. 장교가 대숩니까? 군대도 아니고 말이죠. 사회 같으면 바로 고소를 해야 할 일이라고요. 이 대위가 어물쩡 넘어가려고 하는 모양인데, 고삐를 늦추면 안 됩니다.”
문병장의 달래는 말이었다. 문 병장은 계속 허 중사를 충동질했다.
“알았소. 갈 데까지 가 봅시다.”
그들은 각 내무반으로 흩어져 들어갔다. 오 병장의 내무반엔 두 패의 고스톱 판이 벌어져 있었다. 허 중사가 있는 바로 옆 내무반으로 다시 가볼까 하다가,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 오 병장은 메트리스를 깔고 모포 뭉치를 머리에 베고 벌렁 드러누웠다. 사지를 쭉 뻗고 흐물흐물한 근육들에 힘을 주어 꽉 주자 짜릿한 쾌감이 불꽃처럼 일어났다. 오 병장은 담배를 누워서 물고 옆에서 자고 있는 사내의 번쩍 들린 콧등을 무심히 쳐다보다가 벌떡 일어나 관물대 안에 넣어 둔 사이다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노름판의 소음을 무릅쓰고 잠을 청하는 예비군들이 수시로 몸을 뒤척였다.
“오 병장. 술 한잔하소.”
광(光)을 팔고 있는지, 둘러앉은 옆 사람의 패를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손가락질을 하던 사내가 오 병장과 눈을 억지로 맞추며 술을 권해왔다. 화투판 옆에는 먹다 남은 소주병과 발기발기 찢어진 통닭 잔챙이들이 여전히 풍성하게 남아 있었다. 오 병장은 손을 저었다.
“와요? 내일 훈련도 없다면서. 한 잔 하지. 먹는 게 남는 거 아니오?”
그는 호인풍의 웃음을 흘리며 꾸준히 권했다.
“됐어요. 머리도 아프고.”
그는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그냥 히죽 웃어 주고 그는 화투판으로 재빨리 상체를 쑤셔 넣었다. 딱딱 하는 소리가 방안의 공기를 잠시 흔들 뿐 방안은 조용한 편이었다. 화투판 위의 형광등불만 켜져 있어 실내는 포근한 어둠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였고, 눈꺼풀을 미세하게 간지럽히는 반사광 정도는 참을만 했으므로 잠을 청하기는 그리 나쁠 것 같지 않았다. 오 병장은 다시 반듯이 누웠다. 천장에 위태롭게 매달린 고물 선풍기가 털털 소리를 내며 천천히 선회하고 있었고, 딱딱 하는 화투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 왔다. 고스톱을 치는 사내들은 분쟁이 생기더라도 소리를 죽여 소곤거리며 해결했다. 비교적 예의 바른 노름꾼들이었다. 오 병장은 상체를 약간 일으켜 그들을 멀거니 쳐다보다가 희미하게 웃고는 애써 잠을 청했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든 것 같았는데 누군가 흔드는 바람에 오 병장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오 병장 자냐?”
침침한 시야로 동그란 얼굴이 보였다. 대학 동창인 정 중위였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침상에 걸터앉았다. 한 여름 밤인데도 그는 장교복을 단정히 차려 입고 있었다. 모자까지 걸치고 있었다. 오 병장은 부루퉁한 얼굴로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머리가 멍멍하고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오 병장. 네가 좀 구슬러 봐.”
“무얼?”
오 병장은 짐짓 어깃장을 부렸다.
“니가 허 중사와 친하다면서. 오 병장 너뿐이 더 있나.”
오 병장은 입을 다물었다. 말끝마다 오 병장, 오 병장 하는 통에 역한 감정이 끓어올라서였다. 십 년이나 명색이 친구로 지내 온 놈이 장교 출신이라고 병 출신인 자신을 깔보나 싶었다. 밖에서 가끔씩 만날 때(요즘은 거의 만나지 않지만), 술만 취하면 그는 오 병장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버리고, 꼬박 <오 과장>이라고 오 병장의 별 볼일 없는 회사 직책을 불렀다. 그러다가 꼭지가 돌 즈음엔 영락없이 <오 병장>으로 호칭을 전락 시켰다. 만약 자신이 청소부로 전락한다면 그는 자신 있게 <오 청소부>로 부를 게 분명했다.
“좀 부탁한다.”
“무얼?”
오 병장은 짜증스럽게 되물었다. 오 병장의 멀뚱멀뚱한 대꾸에 열이 뻗친 정 중위는 화를 삭이려고 풀풀 솟구치는 열기를 콧김으로 뿜어내려는 듯이 컹컹 하고 콧김을 연신 털어 냈다. 그리고 다시 오 병장을 조심스럽게 응시하며 한결 다정한 어조로 부탁을 해 왔다.
“친구사이에...... ”
“이럴 땐 친구구나? ”
“뭐 내가 섭섭하게 한 거 있냐?”
“참, 내..... 그렇게 사니 편하긴 편하겠다.”
오 병장은 앞뒤가 막힌 정 중위의 얼굴을 멀건 눈으로 쳐다보다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동그랗게 동공을 벌린 정 중위는 오 병장의 선문답 같은 말들을 곰곰이 되새기는 것 같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그의 경직된 사고 체계로는 참뜻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오 병장은 생각했다.
“지금 장교 방에 이 대위가 와 있거든. 너를 좀 보자고 하더라고.”
재촉하듯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서 정 중위가 말했다.
“나를 봐서 뭐 하려고? 허 중사를 부르는 게 낫지.”
“허 중사가 가겠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하여튼 가보고 다음을 생각해 보자고.”
오 병장은 말없이 입맛만 다셨다.
“나는 안가!”
같이 장교 방에 가보자고 매달리는 정 중위를 야멸차게 퉁을 주어 내쫓고 오 병장은 다시 드러누워 곰곰이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처음에 실타래처럼 꼬여만 가던 생각들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한 점으로 모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는데, 어쩌면 이 대위를 만나 간격이 벌어진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 때 문득 그 점을 대치해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건 처음에 거의 충동적인 생각이었는데 생각을 다질수록 그의 공명심에 불을 당기는 꼴로 구체화 되어갔다. 그러나 잠시 후 충동적인 감정이 가라앉아도 이 대위에 대한 호기심과 사건의 열쇠를 쥘 수 있다는 공명심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았다. 그 앙금들이 오 병장을 충동질하기 시작하자, 관자놀이가 뻣뻣해지고, 사건의 핵심에 뛰어들었다는 흥분이 목덜미를 지긋이 눌러 왔다. 자신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이상한 열정이었다.
오 병장은 윗도리 군복을 꿰고 문을 나섰다. 옆 내무반을 찾아가 의논을 해 볼까, 하다가 오 병장은 혼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행여 찬반의 분란(分亂)이 벌어질 수도 있었고, 예민한 자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제공할 수도 있을 터였다. 상황이 좋아지면 사후 통고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2층 P.X 옆 장교들의 방에는 세 명의 장교들이 모여 술추렴을 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하마터면 오 병장은 거수경례를 할 뻔했다. 제대한지 4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장교의 위용에 주눅이 든 모양이라고 자신을 자책한 오 병장은 괜히 울컥해졌다. 그래서 그런 창피를 만회하려고 괜히 눈을 세모꼴로 만들어 험악하게 장교들을 둘러보는 척 했다. 그러나 그의 고의에 의해 만들어진 적의에 찬 눈길은 주로 정 중위 얼굴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정 중위의 얼굴에는 밝은 빛만 떠돌았다. 정 중위가 눈짓을 했다. 고맙다는 인사였다.
바닥엔 맥주병이 두어 개 넘어져 있고, 국산양주가 자랑스레 이 대위 앞에 놓여 있었다. 양주는 큰 병이었는데, 짙은 갈색을 띠고 있었고 병 주둥이 부근에 거품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방금 뜯어먹다가 만 듯한 오징어포와 정갈하게 깎인 과일, 국물이 시원해 보이는 화채 등속이 개다리소반을 비좁게 채우고 있었다. 충혈된 눈의 이 대위가 손가락질로 앉을 것을 권했다. 번들거리는 이 대위의 눈매를 정면으로 맞받으며 오 병장은 포개 놓은 모포 위로 천천히 앉았다.
“정 중위 친구라면서요?”
한껏 풀어진 자세로 이 대위가 입을 열었다. 윗도리 군복을 통째로 벗지는 않고 윗 단추 두 개를 풀어 놓았는데도, 그것이 단정하게만 보이던 그를 한없이 흐트러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다리를 쭉 뻗고 등을 벽에 기댄 채 벌건 얼굴로 흔들거리는 눈망울을 열심히 굴리는, 맞은 편 바람벽의 예비역 장교보다도 이 대위가 훨씬 더 풀어져 보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부탁합시다. 대대장님 전화가 왔는데 밤중으로 해결을 보라고 하네요.”
“......”
오 병장은 무언(無言)의 시위를 벌이듯 입을 굳게 다물었다. 간교한 적장(敵將)을 마주한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정 중위가 아이스박스에서 시원한 깡통맥주를 꺼내 오 병장에게 디밀었다.
“그래요. 한 잔 해요. ”
비취색의 두툼한 보석이 박힌 장교 반지를 오 병장에게 내보이며 이 대위가 손가락으로 술을 권했다. 오 병장은 목이 타오르던 참이어서 염치 불구하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술을 선선히 비우는 것을 호의(好意)로 생각한 듯, 이 대위의 얼굴이 환해졌다. 흘끗 오 병장의 명찰을 내려다보더니 이 대위가 살짝 뒤집어진 두터운 입술을 열어 말을 꺼냈다.
“오 병장도 알다시피 직업 군인으로 재미 보던 시대는 지났거든요. 군발이를 누가 알아줍디까? 돈이 안돼요. 좀 있으면 문민 정부가 들어설 텐데 나도 문민(文民)이 돼야죠. 요즈음 생각이 많아요.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고......”
어쩔 셈인지 이 대위는 신세 타령으로 서두를 열었다. 이 대위는 폭이 좁은 양주잔 주둥이를 손바닥으로 쓰윽 훔쳐내고 그것을 오 병장에게 디밀었다. 오 병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 대위는 더 권하지 않고 하던 말을 이었다.
“한마디로 괴롭다 이거요. 사실 이거 아니라도 나 먹고 살 많아요. 돈도 있을 만큼 있고. 오 병장. 남자들에게 성공의 척도가 뭔 줄 아쇼? 권력이지. 권력이 뭐요? 내 생각엔 술과 여자 같소. 누가 더 비싼 술을 마시는가. 누가 더 예쁜 여자들을 후리는가 하는 게 성공의 척도란 말이요. 그게 권력이지. 거짓말 같소? 거짓말이라고 하는 사람은 위선자요...... ”
“......?”
“사실 말이죠...... 오 병장도 알겠지만 나하고 허 중사 사이가 나쁘잖아요? 뭐, 이런 말하면 이상하지만 그 친구 무식해 놔서 다루기가 여간 까다로운 거 아니잖아요? 나한테 무슨 열등의식이 있는 거 같아요. 인생에 실패한 사람의 투정치곤 너무 하는 거 아뇨? 지 나이가 몇 살이요. 노는 게 꼭 어린애 장난도 아니구. 병 출신 예비군 앞에서 술에 취해 어!ㅡ 하고 폼만 잡으면 알아서 모시는 줄로 아는 단순 무식한 사람 아뇨? 중사가 무슨 벼슬이요? 그만한 나이가 되었으면 무게가 있어야지. 그러니까 중사나 해처먹었겠지만...... ”
이 대위의 말이 갈수록 거칠어졌다. 오 병장은 상기된 얼굴로 오른쪽 어금니를 꾹꾹 깨물며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작년 허 중사에게 봉변을 당하고 분해 미치겠더라구요. 이건 하극상도 아니고...... 내가 그런 무지렁이한테 왜 멱살을 잡혀야 하나 이거요. 물론 그렇다고 복수한다고 뺨을 때린 건 아뇨. 나는 허 중사처럼 단세포 동물이 아니라 이거요. 아랫것들이란...... 하여튼, 밑에서 박박 기던 작자들의 전형이 허 중사라 이거요. 그런 자들은, 조직을 이탈하면 어쭙잖은 허세로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비하시키려고 들거든...... 그게 비극적인 자기 폄하(貶下)인 줄도 모르고...... 내 멱살을 그 자에게 잡힐 때...... 그만 둡시다. 생각해 봐야 욕만 나오니까......”
작년 여름 무슨 일인가로 의견이 갈린 두 당사자가 멱살잡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누가 봉변을 당했는지 또렷이 판별되는 일은 아니었다. 허 중사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봉변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허 중사도 이 대위가 들먹인 그 멱살잡이를 가끔씩 회상하면서 곱씹곤 했었다.
“그래, 저한테 요구할 게 뭡니까?”
오 병장은 신경질적으로 이 대위의 말꼬리를 잘라냈다. 어떤 계급의 단계를 설정해 놓고, 자신이 위치한 단계 밑으로 쳐지는 모든 사람들을 싸잡아서 낮추어 보는 듯한 말투에 오 병장은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이 대위는 다소 당황한 모양이었다. 이 대위는 우물쭈물 생각을 굴리는 듯 하더니 빠르게 요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별 거 있겠소. 허 중사에게 단둘이 만나서 사내답게 화해하자고 해 달라 이거요. 술 한 잔이면 끝나는 거 아니겠소? 허허허......”
말을 끝내고 갑자기 이 대위가 실실 웃기 시작했다. 오 병장은 그가 왜 웃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실 아까부터 비꼬는 듯한 웃음을 이 대위는 얼굴 가득 담고 있었다. 그러나 숨기고 있던 웃음을 이제는 보란 듯이 뿌려 대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말 중에 섞여 있던 고의의 냄새가 그의 능글맞은 웃음 때문에 구체화되고 더욱 분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오 병장은 이 대위의 폭행을 고의(故意)와 과실(過失)의 중간쯤에서 파악하고 있었다. 그건 이 대위의 능글맞은 성격과 허 중사의 장황한 너스레 사이에서 혼돈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대위의 무례한 웃음을 보자 확연히 진상이 파악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 예비군들에게 고의와 과실의 구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장교에게 예비군이 맞았다는 게 그들에겐 중요할 뿐이었다. 제대하고 나서까지 장교에게 맞는다는 것은 모욕이었다.
그러나 오 병장은 문득 이 대위가 행한 폭행의 진의(眞意)가 궁금해졌다. 이 대위가 웃지만 않았어도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이 대위의 입으로 고의라는 말을 얻어내고 그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욕을 해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오 병장은 웃고 있는 얼굴 위로 속을 긁으며 간지럽히던 말들을 무작정 뱉어냈다. 술기운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허 중사를 때린 거 고의 아닙니까? 복수를 한 거죠. 안 그렇습니까?”
그러자 이 대위는 갑자기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쪽은 오 병장이었다.
“고의라...... 글쎄요, 인식(認識)있는 과실(過失)로 해 두죠. ”
오 병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증적으로 느낀 이 대위의 마수가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말투는 고의를 <인식 있는 과실>이라고 완곡하게 둘러댄 듯했다. 그의 웃음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러자 울컥한 것이 목구멍으로 무작정 솟아 올라왔다. 그의 표정은, 고의라면 너희들이 어쩔 테냐? 하는 투로 보였다.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다 끝난 일이군요.”
하면서 오 병장이 벌떡 일어서자 이 대위의 번들거리는 눈길이 오 병장의 눈을 따라 올라왔다.
“하여튼 난 사과할 일이 없소! 서로 화해를 한다면 모를까.”
단호하게 이 대위가 말했다. 오 병장은 욕이라도 한 바가지 번들거리는 이 대위의 면상에다가 퍼 부을까 하다가 꾹 참았다.




오 병장은 허 중사 내무반으로 곧장 걸어갔다. 허 중사와 문 병장들이 여전히 둘러앉아 술추렴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은 왁자하게 떠들다가 모두 웃으며 오 병장에게 눈길을 한번씩 주었다.
“안 그래도 부를까 했지. 이리와.”
허 중사가 둘러앉은 예비군들의 다리 틈새를 벌리고 손짓을 했다. 오 병장은 좌중을 흘끗 일별(一瞥)하고 간신히 벌어진 틈으로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낯선 얼굴들이 서넛 보였다. 얼굴이 달아오른 오 병장의 번들거리는 눈매를 흘끗 쳐다보던 허 중사가 밝은 표정으로 낯선 얼굴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오 병장. 여기는 1중대 김 하사고, 저 사람은 2중대 박 병장, 그리고 이 사람은 4중대 변 중사다. 인사들 하소. 이 사람들 다 중대 대표자들이야.”
그러자 소개받은 예비군들이 다투어 손을 내밀었다. 아귀에 힘을 주어 낯선 손들을 일일이 잡아 흔들고 오 병장은 물끄러미 원의 중간에 놓인 술상에 눈을 던졌다. 이 홉들이 소주병 서너 개가 빈 병으로 엎어져 있고, 댓병 한 병이 꿋꿋이 신문지로 된 술상 중앙에 밑바닥을 보인 채 서 있었다. 과자 부스러기와 밑반찬으로 준비한 듯한 김치, 깻잎무침, 마늘 장아찌 따위가 쑤석거려진 채 술병 옆에 널브러져 있었다. 소박한 술자리였다.
그 초라한 술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오 병장은 장교 방을 나오면서 품었던 격한 심경을 울컥울컥 퍼 올려 내기 시작했다.
“......방금 이 대위를 만나고 왔습니다. 그 친구 완전히 또라이더군요.”
“뭐? 뭐, 뭐라고 하대?”
허 중사는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오 병장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오 병장이 입을 열기 전에 허 중사는 재빨리 소주잔을 비우고 서둘러 담배를 피워 물었다. 모두들 눈을 반짝이며 오 병장에게 얼굴을 밀착 시켜 왔다. 뜨거운 숨결이 느껴질 정도였다. 문병장의 안색이 창백해 졌다. 오 병장은 숨을 깊이 들여 마시고 풀풀 솟구치는 열기를 펌프질하듯이 열심히 끌어 올렸다.
“똥철이가 완전히 사람을 갖고 놀더만요. 사과할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이고요, 오히려 허 중사님 험담만 주절주절 씨부립디다. 중사가 무슨 벼슬이라고 그걸 믿고 까분다면서...... ”
“뭐? 뭐라? 벼슬? 나보고? 까불어? 그래서.”
“성질 같아서는 술상을 확 뒤집고 싶었어요. 실실 웃으며 사람 비꼬는데, 완전 인간 쓰레기입디다. 막말로 대위가 무슨 벼슬입니까? 장교라고 무슨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내 참 기가 차서. ”
허 중사가 눈을 치켜 떴다.
“그거 보라고요. 이 대위가 보통 뺀질입니까? 그리 호락호락한 인간이 아니라고요.”
아까부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던 박 병장이 불쑥 튀어 나왔다. 문 병장이 박 병장을 흘끗 쏘아보다가 담배를 급히 빼물었다.
“그럼 내일 훈련은 못 하는 거지. 허, 그 자식 보게. 겁이 없어......”
허 중사가 중얼거렸다. 허 중사는 생각보다 흥분하지 않았다.
“그 새끼 진짜 겁대가리 상실했네! ”
최 병장이 맞장구를 쳤다.
“두고 보라지. 누가 이기나.”
그렇게 말을 던져 놓고, 허 중사는 소변이 마려운지 엉거주춤 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러자 변 중사가 좌중을 돌아보며 한껏 목소리를 낮추어 누구에랄 것도 없이 물어왔다.
“허 중사가 왜 저렇게 이 대위에게 대드는지 아쇼?”
“왜 그렇습니까? 이 대위하고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최 병장이 되물었다.
“뭐, 나하고 허 중사가 같은 부대에 근무를 했던 것은 아니오...... 그냥 얘기를 들었는데, 허 중사가 원래 장교가 꿈이었다고 하대요. 자기 아버지가 육군상사로 제대를 했는데 허 중사에게 어릴 때부터 육사를 가라고 노래를 불렀대요. 그래서 허 중사도 당연히 육사를 간다고 못을 박았고요. 요새야 육사 대충 공부하면 들어 갈 수 있지만 옛날에는 서울대 들어갈 실력이 되야 하잖아요. 그런데 허 중사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닌 모양입디다. 자기 말로는 재수 해 가지고 필기 시험에는 합격했는데, 그건 믿을 게 못되고......하여튼 제 말로는 면접 시험에서 똑 떨어졌대요. 그걸 믿을 수 있나요? ”
“필기 시험에 붙었으면 대단한 실력인데, 예비고사 삼백 점 정도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최 병장이었다. 그러자 답답하다는 듯이 변 중사가 말을 이었다.
“삼 백이 똥개 이름이오? 삼 백 맞은 사람이 머슴살이와 같은 중사가 왠 말이오. 설사 육사에 떨어졌다고 해도 늘린 게 대학인데, 안 그래요?”
“무슨 사연이 있겠죠......”
“하여튼, 그래서, 재수까지 해서 떨어지고 괴로워하고 있는데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욱 하는 심정에 하사관 입대를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후회를 했답니다. 그렇다고 바로 그만 둘 수는 없고......3년간 군 복무는 어떤 형식이든지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3년간 버티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괴로운 것은 자기가 그래도 육사 장교를 꿈꾸던 사람인데 턱도 없이 3사 출신과 간부후보 출신들이 자신을 걸고넘어지더라 이겁니다. 기가 찰 노릇이더라 하대요. 면접에만 붙었어도 삐까번쩍한 장교 계급장을 달고 폼을 잡으며 신나게 군 생활을 할 텐데 이게 뭔가 싶더래요. 감히 저것들이 꼴에 장교랍시고 사람을 무시는가 싶은 게...... 밸이 단단히 꼴린 거죠. 그런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런 혐오 속에서 허 중사가 7년 간이나 군에서 버텼다는 겁니다.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닌데 말이죠......”
“허 중사도 소(小) 인텔리 의식이 있군요. 그 자기만의 인텔리 의식이 허 중사를 분노케 만든 인자(因子)인 셈이군요. ”
2중대 대표라는 박 병장이 불쑥 튀어 나왔다.
“그게 무슨 말이오?”
변 중사가 물었다.
“이상은 높고 능력은 미천하고, 그러니 일생이 고단하다 이 말입니다. 이상과 미천한 능력 사이의 갭이 크면 클수록 비례해서 삶이 피곤하잖아요. 세상을 원망하게 되고 말이죠. 한마디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며 자신의 능력보다 나무가 너무 높다는 것만 탓한다 이거죠.”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변 중사가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변 중사님의 말을 종합해 보면, 허 중사가 장교가 못 돤 것 때문에 한이 맺혀 저렇게 예비군 훈련만 들어오면 이 대위하고 티격태격 한다 이 말이군요?”
최 병장이었다. 그러자 변 중사가 변명처럼 말을 이었다.
“잘은 모르겠고..... 하여튼 좋은 감정은 아니겠죠. 사실 나도 8년 간 하사관 생활을 했지만 그리 장교들에 대해 좋은 감정은 아니니까요. 장교들의 비뚤어진 권위와 조잡한 엘리트 의식에 여러 번 채인 사람이니까요. 허 중사처럼 원죄적인 감정이 있으면 더 하겠죠......”
“그래 봐야 군발이죠. 뭐 별 게 있겠어요? 특히 요즘 세상에...... 그건 그렇고 그럼 허 중사가 이 대위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건 가요? 소문에 듣자 하니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최 병장이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말하고 변 중사를 쳐다보았다.
“그건 나도 모르겠소. 이 얘기를 허 중사에게 직접들은 것이 아니라 나도 이 얘기를 전해 들었거든요. 허 중사 친구라고 고 중사가 있어요. 허 중사하고 하사관 동긴데 그 친구는 대학까지 나왔어요. 허 중사하고 친했다고 하대요. 그 고 중사도 제대를 해 가지고 사업을 하는데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가지고 그 친구한테 들은 얘기요...... 고 중사 얘기로는 이 대위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던데, 물어볼걸. ”
“허 중사가 주장하는 특수부대 출신이란 말이 사실입디까? ”
“그것도 난 모르겠는데요. 고 중사 자신은 제대말년에 피엑스에서 근무했다고 하는데, 하사관 동기라고 같은 보직을 맡으란 법은 없으니까, 고 중사와 달리 허 중사는 특수부대 근무를 했겠죠. 자기 입으로 특수부대 근무했다고 하니까 믿을 수밖에.”
“하기야 자세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특수부댈 수도 있겠어요. 키는 작지만 야무지게 생겼잖아요. 원래 특수부대 군인들 보면 바짝 마르고 호리호리하거든요. 깡다구가 문제죠.”
“특수부대면 뭘 합니까?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누가 알아줍니까?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말이죠.”
그 틈새에 박 병장이 또 튀어 나왔다.
“특수부대 나온 게 나쁠 건 또 뭐 있소?”
최 병장이 부루퉁하게 대꾸했다.
“다 과거지사인데 뭘...... 그게 사회에 나와서 어떤 효용을 주느냐 이겁니다. 사회에 나오면 무용지물이잖아요. 물론 119 구조대에 들어가려고 하면 특수부대 출신들이 제법 많은 가산점은 먹고 들어간다고 하지만......사회에 나오면 어차피 새로운 계급에 적응해야 한다고요. 장교 출신들도 옷 벗으면 초라한 전역 예비군이 되는 판 아닙니까? 하물며 중사야 말해 무얼 합니까? ”
“허기야 중사가 무슨 벼슬은 아니지. 기껏해야 무지렁이처럼 병과 장교 중간에 끼어 세월만 죽이며 돈 될 게 없나 하고 눈 시뻘겋게 돌아다니는 신세니...... 잘 난 건 하나도 없지요. 까불어 봐야 밑바닥 인생이지 뭐. 나도 그래서 새로 인생을 시작하려고 옷을 벗은 거요. 멋지게 살아 보려고.”
변 중사가 자조적으로 뇌까렸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허 중사가 특수부대 운운해도 결국 말단 인생 아니었습니까?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과감히 그 곳을 뛰쳐나왔을 거구요. 그러면 과거의 굴욕 같은 것은 깨끗이 잊고 새롭게 살 궁리를 해야죠. 자신이 머물던 세계에서 하부 구조였다면 그 곳을 벗어난 다른 세계에서 자신이 상부 구조로 튀어 오를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살면 되는 겁니다. 중국 한(漢) 고조(高祖) 유방을 보세요. 천민 출신이잖아요. 그것뿐인 줄 아세요? 공자도 내가 알기로는 천민에 가깝다고 하고 아마 예수도 귀족 출신은 아닐걸요? 그 사람들 다 비천한 출신을 뚫고 최상의 위치로 오른 사람들 아닙니까? ”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겁니까?”
얼굴을 구긴 채 고개를 푹 숙이고 대원들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문 병장이 화를 벌컥 내며 박 병장의 말을 가로막아 버렸다. 그렇게 미지근한 생각을 가지고 중대 대표라고 앉아 있느냐고 질책하는 듯한 말이었다.
“제 말은 자신이 처한 현 위치가 낮고 힘들다고 해서 원망만 하면 안 된다는 거죠.......”
“그것하고 현재 우리가 모인 것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요? 지금 여기서 시위를 끝내자는 겁니까? 당신 지금 누구 편이오? 김 빼는 소리만 하게......”
“편요? ......그래요. 허 중사 편이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박 병장이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렇다면 허튼 소리로 김을 빼지 마시오. 지금 계급논쟁 하게 생겼소? 허 중사가 뺨을 맞았다 말이오. 그거면 족하오. 그것에 대한 대가를 받을지 말진데...... ”
“뭔가 오해를 하신 모양인데, 제 말은 시위를 그만 두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단결력을 높이는 말이지.”
“그런 궤변이 어디 있어요? 당신......”
허 중사가 들어오는 바람에 문 병장이 말을 황급히 접었다. 허 중사는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어디 갔다 오길래 이래 늦습니까?”
변 중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 저 1소대 가서 술 한잔 먹고 오요. 하도 술을 권해 싸서. 허허허......”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며 대대장이 들이닥쳤다. 대대장은 잘 다듬질 된 군복을 입고 있었고, 손엔 은회색의 지휘봉까지 들려 있었다. 그는 이번에 새로 부임한 대대장이었다. 예비군들이 화들짝 놀라 모두 일어섰다. 누군가 우렁차게 경례를 붙였다. 대대장은 대대장인 것이다. 대대장은 등짐을 지고 있다가 손을 풀며 지휘봉으로 인사를 받았다.
예비군 소속 사단은 현역 사단보다 지휘자의 계급이 한 칸씩 낮아 그도 소령이었는데 그것도 늙은 소령이었다. 사십이 넘은 게 분명해 보여, 이대로 간다면 제풀에 지쳐 스스로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몰랐다. 소령이지만 그는 중령 대대장의 위엄을 모조리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좀처럼 그의 모습을 예비군들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그래서 여태까지 뜸을 들이다가 이제야 나타난 것이었다.
“야심한 시각에 취침을 하지 않고 뭐 하는 짓인가?”
그는 당연히 말을 놓았다. 그는 찌푸린 눈살로 지저분한 술자리를 못마땅하다는 듯이 훑어보았다.
“허 중사가 누군가?”
이렇게 근엄한 말을 누구에랄 것도 없이 아무렇게나 띄워 놓고 대대장은 낫살이 들어 보이는 변 중사와 허 중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접니다.”
부동 자세를 취하며 허 중사가 답변했다.
“자네가 중산가?”
“지금은 아닙니다.”
“뭐?”
대대장은 뜨악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 여기가 사횐가? 여긴 준(準)군대야. 아니지. 군대지. 유사시 우리 대대는 강원도 동부 전선으로 배치되어 정규군이 전열을 가다듬을 때까지 버텨 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단 말이다. 동부 전선 자네도 알지? 그 곳이 얼마나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인가? 귀관은 유사시에 계급도 없이 백의종군 할 작정인가? 여기에 들어오면 자넨 중사라고. 병들을 다독거려 위로 중대장 대대장을 보필해야 하는 막중한 위치란 말이다. 알겠나? 알아듣겠나 이 말이야?”
“......”
“상관에게 뺨 한대 맞은 게 그리 억울한가? 게다가 성질대로 안 된다고 애무한 병들 모아놓고 시위라니. 자네가 대학생인가? 데모가 뭐야! 데모가. 그것도 군에서. 군대에서 데모하는 거 봤어? 나라가 망할 일이야. 자네 옛날 같으면 바로 남한산성이야. 남한산성. 도대체 그게 뭔가. 낫살이나 먹은 사람이......”
“그게 아닙니다. 소령님.”
문 병장이었다. 그는 정색을 하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대대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 중사는 부동자세를 풀고 왼쪽으로 기우뚱하게 섰다. 대대장은 안색을 흐리고 문 병장을 올려다 보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자넨 누군가?”
“병장 문수훈입니다.”
“자네 눈엔 내가 소령으로만 보이나?”
“그럼, 뭡니까?”
“직속 상관을 소령으로 불러도 되나 이거야. 난 대대장이다. 소령 이전에. 알겠나?”
“......”
대답도 없이 얼굴을 불쾌하게 찌푸린 채 문 병장은 대대장 모자에 꽂힌 소령 계급장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대대장은 불쾌한 모습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꼭 사과를 받아야 하겠나?”
대대장은 허 중사에게로 시선을 황망히 돌리고 물었다.
“받아야겠습니다......”
찹찹한 목소리로 허 중사가 말했다.
“그럼 따라오게.”
핼쑥한 얼굴로 명령하듯이 말하고 대대장은 획 돌아서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 허 중사는 지남철에 끌리듯이 통로로 내려서려 했다. 그 때 문 병장이 갈퀴 같은 손을 얼른 뻗어 허 중사의 팔을 확 낚아챘다. 그리고 대대장의 뒤통수에다 대고 크게 소리쳤다.
“이리로 오라 하세요!”
대대장이 우뚝 멈춰 섰다. 그의 어깨가 거친 호흡으로 흔들렸다. 모두들 숨을 죽였다. 팽팽한 긴장이 관자놀이를 조여 왔다. 이제 남은 것은 대대장의 분노에 휩쓸린 고함뿐일 터였다.
“기다려......”
그러나 대대장은 등을 보인 채 떨리는 음성으로 조용히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입니까? 우린 시간이 없습니다. ”
문 병장의 단단하고 우렁찬 목소리였다.
“기다리라면 기다려!”
등을 보이고 그대로 선 채 대대장이 고함을 버럭 질렀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 왔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요. 아시겠어요?”
문 병장이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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