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그리운 얼굴]

29년전 큰누님 전통 혼례식
홀로된 누님을 생각하면 눈물납니다

전남 강진군 옴천면 기좌리 좌척마을의 1970년초, 큰누님(조정심·50)의 결혼식 날이었다. 한겨울의 추위도 녹일 만큼 따사로웠다. 신랑(오태현·작고)과 신부를 중심으로 좌우에 가족과 친지들이 둘러섰다. 혼례식 때 쓴 닭 두마리는 도무지 포즈를 잡을 줄 몰라 빼고 찍었다.

출장온 사진관 주인이 마그네슘을 '확' 터뜨리는 걸 처음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앞줄 제일 꼬마가 막내인 필자(건축설계사), 뒤가 작은형 헌주(41), 필자 오른쪽으로 넷째누님 옥자(39), 큰형님 영주(43·초등학교 교사), 큰형님 뒤는 둘째누님 정숙(48), 교복을 입은 이는 셋째누님 정남(46), 뒤로 아버지 조병근(79), 어머니 노동순(76).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나신 '번들 당숙' '재등 형수' '도조 아저씨' 등의 모습이 지난 29년의 세월을 문득 느끼게 해준다.

부모님과 형제들은 현재 서울에서 지낸다. 고향 집터는 이제 사당으로 변해 제사 때나 한번씩 내려간다. 어린시절 유일한 간식 역할을 했던 마당의 감나무에 다시 기어오르고 싶다.

조택제/ 36세·서울시 마포구 성산2동

♣ 위 사진은 동아일보 뉴스플러스에 실린것을 전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