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스동아일보[그리운 얼굴]

카메라 무섭다고 도망가는 동생
설에 만나 그시절 이야기꽃 피우자꾸나

1965년 설날을 앞둔 어느 날 고향인 충북 괴산군 능촌의 할아버지댁 앞뜰에서 동생들과 포즈를 취했다. 설렘과 기대로 카메라 앞에 선 당시 여섯살의 나(오른쪽), 세살 때의 남동생 제호(가운데), 그리고 네살배기 사촌동생 제홍이다.

산림청에 다니시던 작은 아버지께서 당시로선 보기 힘들던 카메라를 우리 앞에 들이대자 사촌동생이 무섭다고 울며 도망가는 바람에 동생이 그를 막 붙잡은 참이다.

이제 나는 불혹의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남동생도 사진 속의 자기만한 아이를 두었다. 청주에 사는 사촌동생도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되어 열심히 아이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사촌동생댁이 하루 속히 회복되기를 빌며, 이번 설에는 고향에 모두 모여 그 시절을 이야기하고 이 빛바랜 사진 속의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연혜숙/ 40세·서울시 도봉구 방학3동

♣ 위 사진은 동아일보 뉴스+ 169호에 실린것을 전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