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15·경북 울진의 ‘불영사’
  불심이 빚은 ‘한떨기 연꽃’


  불영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90리길 은 계곡을 끼고 달리는 길로는 첫손에 꼽힐 만큼 아름답다. 가파른 암봉에는 곧 게 자란 적송들이 빼곡하고, 험산준봉을 비 집고 굽이치는 불영천의 물길은 곳곳에 산태 극 수태극(山太極 水太極)을 이뤘다. 이 절승 (絶勝)의 한 가운데에 천년고찰 불영사(佛影 寺)가 자리잡고 있다.

가람과 산수의 완벽한 조화
천축산에서 흘러내린 암봉들에 빙 둘러싸인 불영사. 연꽃의 꽃잎 같은 암봉들이 불영사라는 화심(花心)을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다.

불영사는 신라 진덕여왕5년(651)에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후 중창불사를 거듭하며 크게 번창했다. 그러나 조선 태조5년(1396)에 큰 화재로 나한전만 남기고 모두 불타는 바 람에 사세(寺勢)가 크게 위축됐다.

이후 약 200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중건되어 영화롭 던 때의 모습을 차츰 되찾는 듯 싶었지만 임 진왜란 때 영산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또 다시 소실됐다.

현재 불영사에는 대웅보전 응진전(應眞殿) 극락전 관음전 명부전 등 모두 12동의 건물 이 연못을 중심으로 둘러앉았다. 대부분 임 진왜란 이후에 세워진 건물들이고, 그 이전 건물로는 응진전(보물 제730호)이 유일하다.

서쪽 경내에 외따로 있는 이 건물은 정면 3 칸 측면 2칸의 규모. 조선 중기에 세워진 것 으로 짐작되는데, 본래에는 영산전으로 쓰였 다고 한다. 그리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은 건물인데도 때깔이 독특해 눈길을 끈다.

정면의 가운데 칸에 출입문이 달린 것은 여느 건물과 다를 바 없지만, 양쪽 칸에다 빛 과 바람이 통하도록 살창(굵은 살대를 세로 로 죽 박아서 만든 붙박이창)을 설치한 점이 색다르다. 벽체의 칠 빛깔도 발긋한 팥죽색 이라 사람들의 마음을 공연히 들뜨게 한다.

맞배지붕의 건물이면서도 정면뿐만 아니라 측면에도 박공(합각머리나 맞배지붕의 양쪽 끝머리에 「∧」 모양으로 붙인 두꺼운 널판 또는 벽)과 공포(貢包·처마끝의 하중을 떠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맞춰서 댄 나무 쪽)를 댄 점도 특이하다.

또한 제멋대로 생긴 자연석을 절묘하게 쌓아 기단과 계단을 만든 것도 허투루 볼 솜씨가 아니다.

안쪽의 대웅보전 영역에는 여러 전각들이 처 마를 맞대고 다붓이 앉아있어 아기자기한 느 낌을 준다. 본전인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 은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으로 정면 3칸 측 면 3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짜임새있어 보이는 외관에 단청과 탱화가 아름답지 만, 대웅보전 건물 자체보다는 기단 아래에 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한쌍의 돌거북이 더 흥미롭다.

불영사 대웅보전의 돌거북
불영사 터에 가득한 화기
(花氣)를 누르기 위해 동해
용왕의 화신인 거북을
모셔둔 것이라고 한다.

두마리의 돌거북이 다리와 몸은 반쯤 땅에 묻힌 채 대웅전 기단의 양쪽을 떠 받치고 있는데, 등짐이 버거운듯 끙끙대는 모습이 안쓰럽다. 전하는 얘기로는, 불영사터 에 가득한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해 동해 용왕의 화신인 거북을 모셨다고 한다.

이처럼 몇가지 주목할 만한 유물이 남아있긴 하지만, 불영사에서 가장 보배로운 것은 정갈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와 주변의 수려한 풍 광이다. 불영사는 삼각봉 향로봉 청라봉 금 탑봉 등 천축산에서 흘러내린 암봉들이 빙 둘러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암봉들이 연꽃의 꽃잎이라면 불영사터라는 그 화심(花心) 이랄 수 있겠다. 심산유곡의 사찰이라면 무 엇보다 가람과 주변 산수의 조화가 중요한데, 불영사는 그 조화가 매우 자연스럽다.

연꽃이 탐스럽게 핀 연호와
연호정의 여름

더욱이 당우(堂宇)마다 소박한 멋과 단아한 아름다움을 갖췄다. 제법 너른 마당은 방금 빗 질을 끝낸 듯 깨끗하고, 연못 주변의 잔디밭 도 늘 단정하다.

또한 비구니들이 모여사는 절집답게 경내 곳곳에는 정성스럽게 가꿔진 갖가지 화초들이 철따라 피고 진다. 불영사의 이런 면모에 매료된 사람들은 되돌리는 발길이 아쉬울 따름이다.

불영천을 따라 20km쯤 동쪽으로 내달리면 탁트인 동해바다. 망양정(望洋亭)은 불영천과 동해가 만나는 하구 근처의 나지막한 동산 위에 있다.

이 정자에 올라서면 솔숲 너머로 동해의 아름답고 광활한 풍광이 시원스레 펼 쳐진다. 「바다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이름에 걸맞는 풍광이다. 1858년까지만 해도 망양정 은 지금의 자리에서 남쪽으로 15km 가량 떨어진 기성면 망양리에 있었다.

당시 평해현 에는 두 곳의 관동팔경, 즉 망양정과 월송정 이 있던 반면 울진현에는 하나도 없어 망양 정을 아예 울진현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지금의 망양정은 애초의 터에 자리잡은 것도 아닌데다 건물조차 근래 새로 지은 것이어서 깊고 그윽한 멋은 덜하다.

하지만 가없는 바다와 하늘이 서로 맞닿은 풍광은 일찍이 송 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하늘 끝을 보지 못해 망양정에 오른 말이/ 바다 밖은 하늘이 니 하늘 밖은 무엇인고…」라고 읊조렸던 그 대로다.

죽변면 봉평리에 있는 「봉평 신라비」는 울진 지방의 아득한 역사를 알게 해주는 귀중한 유물이다.

이 비석은 1988년에 발견됐는데,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야 그 진가가 알 려졌다. 높이가 204cm쯤 되는 자연석의 한 면을 약간 다듬어 모두 400자 가량의 글자를 새겨 놓았다. 해서체로 새겨진 비문의 상태 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신라식의 독특한 문장을 많이 쓴 탓에 구체적인 내용 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당시 울진지역에 대군(大軍)을 파견할 만한 어떤 사건이 발생 했는데, 그 사건을 해결한 뒤의 조처와 행형 (行刑)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비는 현존하는 신라의 비 중 가장 오래됐을 뿐만 아 니라 역사적인 자료로서의 가치도 매우 커서 국보 제242호로 지정됐다.



§ 참조하세요

응진전(應眞殿)

부처의 제자인 16나한이나 500나한을 모신 전각으로 「나한전」이라고도 한다. 영산전과 마찬가지로 현재불인 석가모니불을 본존(本 尊)으로 모시고 그 좌우에는 미래불인 미륵 보살과 과거불인 제화갈라보살을 협시(脇侍) 로 둔다.

양 옆에는 16나한상이나 500나한상 을 봉안한다. 16나한은 석가모니의 직제자 중 정법을 지키기로 맹세한 제자들이고, 500 나한은 석가모니가 열반한 뒤 부처님 생전의 가르침을 정리하고 편집하는 경전결집(經典 結集)에 참여한 이들이라고 한다.

나한은 이 미 해탈의 경지에 이른 성자인지라 그 조각 상의 표정도 저마다 독특하고 자세가 매우 자유스럽다.

갖은 우여곡절

1988년 3월, 봉평리 이장인 권대선씨는 다리 밑에 버려져있던 장대석을 유심히 살펴보다 한쪽 면에 한자가 빽빽히 새겨진 것을 발견 했다. 이 돌은 원래 객토작업하던 논에서 나 온 것인데, 권씨는 그것을 정원석으로 쓸 작 정으로 살펴보던 참이었다.

어쨌거나 돌에 글씨가 새겨진 것을 이상히 여긴 권씨는 마 을 노인들과 군청에 그 사실을 알렸다. 군청 의 공보실 직원들이 찾아와서 살펴보기도 했 지만 누가 그냥 낙서해놓은 돌로만 보일 뿐 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다시 방치됐다가 군 청 문화재계장과 향토사학자들의 노력으로 이 비는 신라 법흥왕11년(524)에 세워진 것 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해수욕 강수욕
‘무공해 피서지’울진
울진읍 연지리 내봉동에 있는 연호정(蓮湖亭) 은 한나절쯤 유유자적하게 쉬면서 더위를 물리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솔숲에 둘러싸 인 정자에 앉아있으면 언덕너머 불어오는 해 풍이 시원하기 이를데 없다.

그래서 이곳 주 민들은 입버릇처럼 『더우면 연호정에 가라』 고 한다. 그리고 정자 앞에는 둘레가 5리쯤 되는 연호(蓮湖)가 있는데, 연꽃이 만발한 8 월이면 유달리 진한 그 꽃빛과 향기를 즐기 려는 이들의 발길이 잦다.

울진은 산과 바다가 두루 좋다. 나곡 후정 봉평 망양 등의 해수욕장은 물빛이 깨끗하고 교통도 편리해서 가족단위의 피서를 즐기기 에 제격이다.

망양정이 있는 근남면 산포리 에서 원남면 오산리까지의 바닷가를 따라 이 어지는 920번 지방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다.

서면 왕피리 왕피천계곡과 소광리 광천계곡 은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청정계곡이다. 주 변의 산자락이 높고 험해서 수량도 풍부한데 다 찾는 이들이 드물어 호젓하게 피서를 즐 길 수 있다. 더욱이 곧고 우람한 소나무의 대명사인 춘양목(또는 금강송)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불영사 부근의 서면 쌍전리에 있는 통고산 자연휴양림 (0565 - 82 - 90 07, 83 - 3167 ) 도 이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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