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7, 2008년 2년간 동아일보 역량강화팀장을 지내면서 두 차례 수습기자 선발과정을 지켜봤습니다. 2009년부터는 편집국에 돌아와 동아일보 지면 제작 일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지난 2년을 되돌아보니 수습기자를 선발할 때와 후배 기자들과 지면을 만드느라 머리를 싸맬 때 요구되는 점이 꽤 다르다는 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자신이 놓여 있는 시공간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겠죠.

채용할 때와 함께 일할 때의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어느 정도 다르다고 하더라도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어느 정도 열거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이번 수습기자 공채에 응시할 많은 후보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항목이 될 수 있겠죠.

저는 역량강화팀장 첫 해에 응시자들의 자기소개서를 읽으면서 이런 점을 느꼈습니다. ‘지원자들은 많지만 이들이 경험한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구나.’ 자기소개서에 표현한 내용이 서로 닮은 응시자들이 아주 많았다는 뜻입니다. 과도하게 일반화한다면 ‘도토리 키 재기’ 식의 응시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죠.

이 때문에 2008년부터 자기소개서 양식을 크게 바꿨습니다. 응시자들이 채워 넣어야 할 문항은 종전처럼 5개로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개별 항목은 ①지원 이유 ②역경 극복과정 ③남이 보는 나 ④나의 장점 ⑤입사 후 포부로 수정했습니다. 이렇게 질문항목을 바꾼 이유는 응시자가 자기 스스로를 보다 분명하게 설명하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지난해 바뀐 양식으로 자기소개서를 받아보니 2007년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내용이 꽤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응시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스스로를 차분하게 되돌아보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최종 면접까지 진출했던 한 응시자의 말이 기억납니다. ‘동아일보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도 사람 진을 빼더군요.’ 자기소개서 양식 변경을 주도했던 저로서는 이 말이 참 듣기 좋았습니다.

자,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쓰십시오. 응시자 여러분의 구체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됩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거쳐 왔던 어학연수나 아르바이트, 봉사활동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사소한 경험이라도 그 속에서 자신만의 특징을 드러낼 한 순간을 포착해 설명하세요. 거기에 자신의 열정과 장점을 추가한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러려면 늦은 밤 자신과 맞닥뜨려야만 하는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어릴 때 집안이 어려웠지만 극복했다거나, 군 복무 때 선임병의 횡포를 꿋꿋이 참아냈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서술은 피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에는 형식적인 최소 기준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자기소개서의 항목을 비워두면 안됩니다. 가끔 고의건 실수건 몇몇 항목을 채워 넣지 않은 응시자가 있습니다. 이런 응시자는 예외 없이 모두 탈락했습니다. 항목별로 한두 줄 정도만 쓴 응시자도 성의 없어 보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의 관문을 넘기는 힘듭니다. 자기소개서에는 항목별로 최대 글자 수를 제시했으니까 참고하면 됩니다. 응시자들이 언론사 여기저기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다보니 원본을 만들어놓고 복사해 붙이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지원하는 신문의 이름을 고치지 않은 채로 옮겨 붙인 응시자들이 꼭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좋더라도 지원하는 신문사의 이름이 틀렸다면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읽고 평가하는 위원들은 현직 기자들입니다. 평가위원들은 수북하게 쌓여 있는 자기소개서를 쳐다볼 때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이렇다보니 상쾌하거나 깔끔한 자기소개서를 만나면 반가운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자기소개서를 밋밋하게 쓰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멋을 부려도 역효과를 불러옵니다. 기자를 하겠다는 의지와 문장력이 녹아 있는 자기소개서를 써 주십시오. 여러분의 동아일보 수습공채 첫 관문 통과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