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처럼 오늘도 밤이 늦었습니다. 깜빡깜빡, 커서만 깜빡이는 빈문서를 ‘2008 동아일보 자기소개서’라는
제목으로 저장하고는 쉽게 잠이 들지 못했습니다.
썼다 지웠다 답이 안 나오는 모니터만 노려보다가 선배들이 올린 입사 후기를 지겹게 읽었습니다. 아무리 읽어봐도
답은 안 나왔지만 ‘나도 동아일보 기자가 되고 싶다’, 떨리는 기분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반갑습니다. 동아일보 신민기 기자입니다.
수습 딱지를 떼고 정식 사회부 사건팀 기자가 된 지 이제 겨우 세 달이 되어갑니다. “재밌냐?”고 선배들이
물으시면 고민할 틈도 없이 “네!”하고 대답하는 철부지입니다. 기자를 해보니 이렇더라 하는 이야기를 할 군번도
아니지요. 다만 자기소개서 작성을 앞두고, 또는 면접 실무평가를 앞두고 있을 여러분의 답답하고도 벅찬 오묘한
심정만큼은 절절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적으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수습공채 전형과정에서 느낀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립니다.
자기소개서는 화려한 포장지가 아니라 잘 닦인 ‘유리’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약점까지 매력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속속들이 보여주세요. 남들 다 하는 대학 경험이라면 자신만이 느낀 점을 부각시켜야 하겠지요. 논술과
작문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아일보 수습공채의 필기시험은 비교적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집니다. 그만큼 완성도
있으면서도 개성 있는 글을 써야 인상을 남길 수 있겠지요. 작문은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세요. 깊이 있는 주제를 담아내기 위해서라면 일반적인 형식보다는 소설 시나리오 일기 편지 및 카페 글과
사전 등 다양한 틀을 빌려볼 수 있을 겁니다.
지난해 1차 면접에서는 최근 이슈와 관련한 생각을 묻는 문제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 서너 개가 주어졌습니다.
시사 이슈에 대한 예상 문제를 뽑아 준비하면 도움이 됩니다.
실무평가는 4박 5일간이나 진행됩니다.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하지요. 취재와 기사쓰기 시험을 거치면서 쟁쟁한
데스크로부터 강의도 듣습니다. 경제 기사를 쓰기 전에는 통계 자료 읽는 법을 배웁니다. 강의내용만 충실히 담아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취재 현장에 무작정 나가기보다는 5분이라도 계획을 세워서 취재에 나서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기사 쓰기 시험 문제가 주어지면 지원자들은 우르르 시험장을 빠져나가느라 바쁩니다.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뭘
취재해야 할지 막막해지고 갑자기 계획을 바꿔 다른 곳을 찾아가야 할 때가 많습니다.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잠깐이라도
머릿속에 취재 계획을 그려보세요.
물론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은 필수입니다. 2008년에는 ‘지하철 환승역’이라는 제시어가 주어졌습니다.
한참을 고민해도 참신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아 일단 장애인들의 환승 불편으로 주제를 잡고 현장에 나갔습니다.
지하철4호선 서울역 환승구간에 있는 휠체어리프트를 보니 어떤 점이 불편할지 막막하더군요. 휠체어를 빌려 직접
타보고서야 기사를 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렴풋이나마 밑그림이 그려지시나요? 아직은 막막하기만 할 겁니다. 동아일보의 저널로그(www.journalog.net/teamtrainee)에서
수습들의 이야기를 찾아보세요. 더 자세하고 생생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지난해처럼 오늘도 두근거립니다. 곧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