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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대화’ 시작 전부터 삐걱

Posted September. 14, 2020 07:29   

Updated September. 14, 202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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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간 동맹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국장급 실무협의체 ‘동맹대화’(가칭)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동맹대화 신설에 합의했다’는 취지로 밝힌 것에 대해 국무부 내에서 “우리는 동의한 적 없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양측 간 이견이 불거졌다.

 11일(현지 시간) 복수의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국무부는 한국 언론들이 관련 내용을 보도하자 “우리는 합의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10일 진행된 최 차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회담에서 최 차관의 ‘동맹대화’ 제안을 받고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맞지만, 이를 발표할 단계까지 논의가 무르익지는 않았다는 것. 국무부 내에서는 “최 차관의 첫 방미 성과를 만드는 데 우리가 들러리를 선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최 차관과 비건 부장관의 회담 내용을 정리한 보도자료에서도 ‘동맹대화’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동맹대화에 대한 미국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본보의 질의에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참고하라”고만 답했다. 보도자료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일본과의 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및 번영을 위한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원론적 내용이 짤막하게 담겨 있다.

 최 차관은 11일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자료는 상호 강조하고 싶은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서로 입장이 다르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는 미국 시각에서 동맹대화는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아니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외교 당국은 “동맹대화는 최 차관 방미 전부터 한미가 논의를 진행해 온 사안”이라면서도 “구체적인 개최 시기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 차관이 미국과 조율이 끝나지 않은 동맹대화에 대해 10월 중순으로 첫 회의 개최 시기를 밝힌 것이 섣불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외교부는 주미대사관을 통해 국무부와 이 문제를 다시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맹대화가 실제 활동에 들어가기까지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 국무부는 대선을 불과 50여 일 앞두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서는 이미 단계별 대화 채널이 있는데 왜 굳이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또 만들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동맹대화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의제에서도 양측은 접근이 다르다. 한국은 미군기지 반환 및 이전 등 한미 간 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반면 미국 측에서는 “중국 이슈나 한미일 3국 협력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태도다.

 이런 신경전의 바탕에는 미국의 반중(反中) 정책이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에 한국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미국 측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내에서는 “최 차관이 우리 관심사인 중국 문제 등에 대한 언급 없이 한국이 원하는 의제만 내놓고 갔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유엔사령부의 향후 역할 등 최 차관이 회담에서 꺼낸 이슈들은 현재 미국의 관심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국무부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의 여당 및 외교안보 부처 고위 당국자들이 한미 동맹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