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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여성 지휘자? 무대 오르면 곡만 생각하게 돼”

“동양인 여성 지휘자? 무대 오르면 곡만 생각하게 돼”

Posted June. 29, 2022 07:49   

Updated June. 29, 20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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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하반기부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100주년 시즌이 시작돼 바빠집니다. 딱 며칠 일정이 비어 있었는데 좋은 제안이 와서 부모님도 만나 뵐 겸 기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99년 역사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으로 지난해 8월 취임한 지휘자 김은선(42)이 고국 무대에 선다. 그는 7월 21,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시립교향악단 ‘김은선의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콘서트를 지휘한다.

 그는 28일 화상으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11년 전 통영에서 베이스 연광철의 독창회 반주를 지휘한 적 있지만 프로 지휘자로서의 국내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은선은 지난해 11, 12월 세계 오페라계 꿈의 무대로 불리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푸치니 ‘라보엠’을 객원 지휘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 평론가 앤서니 토마시니는 “푸치니의 악보가 이렇게 신선하게 연주된 것은 실로 오랜만”이라고 격찬했고, 김은선은 12월 NYT가 뽑은 ‘올해 문화계 샛별’ 클래식 부문에 선정됐다.

 그는 “연세대 작곡과 재학 중 ‘라보엠’ 리허설 피아니스트를 맡았을 때 최승한 교수님이 ‘지휘를 해보라’고 권하신 게 지휘자가 된 계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음 시즌에 이탈리아 최고 명문 오페라극장인 밀라노 라 스칼라에도 ‘라보엠’으로 데뷔한다고 귀띔했다.

 이번에 지휘할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에 대해 그는 “한국 음악가는 특히 슬라브 정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를 처음 지휘한 곡이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였는데 체코어까지 공부하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고국에서 드보르자크를 지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7월 서울시향 연주회에서는 ‘신세계에서’ 외에 김택수의 창작곡 ‘스핀-플립’,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협주곡 1번(스위스 첼리스트 크리스티안 폴테라 협연)을 연주한다. 루토스와프스키의 협주곡은 6월 첼리스트 최하영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해 우승했던 곡이다. 김택수의 곡에 대해 그는 “작곡가가 자신과 동명인 탁구 선수에게서 영감을 받아 탁구 경기를 묘사한 곡이다.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휘할 때는 자기보다 곡을 생각하니까 동양인 여성으로 비친다는 사실을 잊는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때는 팬들을 만날 때입니다. 젊은 여성들이 ‘당신이 지휘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 영감을 받는다’고 얘기합니다. 신시내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러 갔을 때 그 공연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여성 비올라 단원이 ‘평생 여자 지휘자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그는 올가을 시작되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창립 100주년 시즌에서 존 애덤스가 작곡한 세계 초연 오페라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년 바그너 오페라 한 곡, 베르디 오페라 한 곡, 널리 연주되는 오페라 한 곡, 동시대 오페라 한 곡씩 확고한 레퍼토리를 쌓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