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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으로 끝난 ‘김광석 타살론’

Posted July. 04, 2018 08:39   

Updated July. 04, 20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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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은 주로 부유한 과부를 노렸다. 마녀를 가리는 네 번째 방법이 ‘물 시험(Wasserprobe)’으로 혐의자를 묶은 채 물에 빠뜨린다. 물은 깨끗한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녀라면 물 밖으로 내치기 때문에 떠오른다고 믿었다. 떠오르지 않고 익사하면 혐의를 벗고, 떠오르면 화형에 처했다. 어떤 결과든 목숨을 잃고 재산은 몰수된다.

 ▷가수 고 김광석 타살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 씨(고발뉴스 기자)와 영화 관계자들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사건 관련자 46명과 증거 기록들을 조사한 결과 이 씨 등이 영화 ‘김광석’과 기자회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펴 온 △부인 서해순 씨가 김광석을 살해한 혐의가 있으며 △저작권을 시댁에서 빼앗았고 △딸을 방치해 죽게 했으며 △9개월짜리 영아를 살해했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이 씨의 의혹 제기와 여기에 동조한 누리꾼들의 공세로 서 씨는 남편과 딸을 죽음으로 내몬 ‘마녀’로 사실상 낙인찍혔다. 한 조사에서 문화·사회 분야 비호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까지 호응해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에서 사건 재수사를 요구했다. 그런데 막상 이 씨가 경찰에 제출한 근거 자료는 의혹을 제기한 진술들뿐이었다. 전과 10범 이상의 강력 전과가 있는 서 씨의 오빠가 도왔을 것이란 주장과는 달리 오빠는 현장에 없었고 전과 중에 강력범죄도 없었다.

 ▷유명 가수의 죽음을 추적할 순 있지만 근거 없이 부인을 살인자로 몰고 가는 건 차원이 다르다. 영화 ‘김광석’은 다큐 형식이지만 전문가들의 발언이 ‘편집’돼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씨는 세월호 참사 때도 다이빙벨 음모론을 제기했고 영화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이념이나 확신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팩트의 신성함을 무시하고 ‘악마의 편집’을 통해 자극적인 불씨를 만든다. 사회 밑바닥에 깔린 ‘불신’이 휘발유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지핀 불길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었지만, 종국에는 부메랑처럼 자신들까지 덮쳤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