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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의 사과

Posted March. 27, 2018 08:12   

Updated March. 27, 201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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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 공개사과를 하는 모습에도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보통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한다. 미국에서는 당사자가 사과문을 발표 뒤 자리를 뜨면, 그를 대리하는 사람이 언론 질문에 답하는 식이다.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을 향해 사과의 뜻을 표명하는 경우가 많다.

 ▷사과에는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 가령 ‘3R’원칙은 잘못을 반성하고(regret), 대책을 내놓고(react), 재발방지를 통해 안심시키는 것(reassure)을 뜻한다. 미국 상담전문가의 저서 ‘5가지 사과의 언어’에서는 유감표명(“미안해요”) 책임인정(“잘못했어요”) 보상(“어떻게 해드리면 좋을까요”) 진실한 뉘우침(“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용서요청(“용서해주시겠어요”)을 제시한다. 요즘 한국에서는 ‘미투’ 관련한 사과의 말이 홍수를 이루지만 공감보다 논란을 키우기 일쑤다. 누구는 공개사과 리허설 논란으로, 누군가는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이란 조건부 사과로 역풍을 불렀다.

 ▷‘우리는 여러분의 정보를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정보를 가질 자격이 없습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영국의 유력지에 500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신의 친필 사인과 함께 실린 전면광고로 적극 진화에 나선 것인데 뒷북대처란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 도용파문 이후 저커버그는 한동안 침묵을 고수하더니 5일 만인 21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CNN 출연을 통해 첫 공개 사과를 했다. 이때 “페이스북이 실수했다”며 자사의 책임을 다른 데로 미룬 것이다. 대리인을 세우는 것만도 못했고 결국 사용자들의 화만 돋우고 말았다. 지금 온라인에서는 페북 탈퇴운동(#DeleteFacebook)이 확산되면서 기업신뢰도가 추락 중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과는 무엇일까. 자신의 잘못을 수용하고 비난하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것, 변명과 사족을 뺀 진심어린 사과. 바로 이런 사과를 겁내지 않는 것도 리더의 덕목일 터다.


고 미 석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