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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후보자,‘좌우 대결’ 넘어선 국민의 사법부 만들어야

김명수 후보자,‘좌우 대결’ 넘어선 국민의 사법부 만들어야

Posted September. 22, 2017 08:19   

Updated September. 22, 201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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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어제 국회에서 가결 정족수보다 10표 많은 160표로 임명동의를 받았다. 사법부 수장의 공백 없이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 뒤를 잇게 돼 다행이다. 여야 표 대결이 극심했던 것에 비하면 여유 있게 통과한 셈이지만 근소한 표차다. 김 후보자는 임명동의 과정에서 불거진 이념적 편향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대결을 넘어선 사법부 수장으로서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다할 책무를 안고 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대법관 후보자 10명을 제청한다. 막중한 권한이다.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대통령과 뜻이 다르더라도 제청권을 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장에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반대한 김이수 헌법재판관, 헌법재판관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이유정 변호사 등 진보 성향 법률가를 지명했다. 두 사람은 국회에서 동의가 부결되거나 주식투기 의혹이 불거져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과 성향이 같다거나 우리법연구회, 민변 출신이라고 우대해서는 안 된다. 다른 성향, 다른 출신이라고 푸대접해서도 안 된다.

 법원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높다. 김 후보자는 “전관예우 때문에 불공정 재판이 있다는 국민의 우려를 없애도록 노력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이 원하는 사법개혁은 전관예우 등의 병폐를 없애 재판의 신뢰를 회복하라는 것이지 전국법관회의가 주장하는 판사승진 제도 폐지나 ‘판사 블랙리스트’ 조사가 아니다. 법원 조직의 안정을 위해 인사 적체 불만도 해소해야겠지만 당면한 개혁의 우선순위는 사법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법원의 문턱을 낮추고 공정한 재판으로 사법부 신뢰를 높이는 데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58세인 김 후보자는 대법원장으로선 상대적으로 젊다. 자신의 경륜 부족을 인정하고 조언을 구하는 열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법원행정처에 근무해본 적이 없다. 단점일 수도 있지만 평생 재판만 한 이력을 바탕으로 법원행정처 비대화와 조직의 관료화를 깨고 ‘제왕적 대법원장’이 전권을 쥔 인사권의 분산 등 제도 쇄신도 단행해야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5월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프랑스 문호 발자크의 말을 인용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한 사회의 종말이 시작되는 징표”라고 말했다. 사법부는 한번 신뢰를 잃으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심판기능의 마비는 사회의 혼돈과 파탄으로 귀결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아래서 사법부는 헌법정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이 권력과 여론 양쪽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가 사법부를 좌우 대결을 넘어 법과 양식이 결국 승리하는 정의로운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길이고 사법부 수장이 직을 걸고 지켜야 할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