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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스스로도 못 믿는 유해물질 생리대 왜 공개 했나

식약처, 스스로도 못 믿는 유해물질 생리대 왜 공개 했나

Posted September. 06, 2017 08:52   

Updated September. 06, 20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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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일 여성환경연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주장해온 10개 생리대의 제품명을 공개했다. 당초 여성환경연대가 조사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검출 제품 중 제품명이 공개된 것은 ‘깨끗한나라’의 ‘릴리안’뿐이었으나 유한킴벌리, P&G, LG유니참 등 유명회사 제품에도 유해물질이 포함된 것이 드러났다. 업계 1위인 유한킴벌리 제품에선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지정한 1,2군 발암물질이 가장 많이 검출됐다.

 여성들에게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식약처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가 “여성환경연대 시험 결과만으로는 인체에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지나치게 우려하지 말고 이달 말 식약처 조사 결과를 기다리라고 한 것은 무책임하다.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 김만구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를 식약처에 보내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 3월이었다. 지난달부터는 릴리안 사용 후 이상증상이 나타났다는 불만과 진정이 쏟아져 집단소송을 추진할 정도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외면하고 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돌연 여성환경연대의 분석결과를 공개하며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의약외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조직이다. 자료를 신뢰하지 못하면 공개하지 말고, 공개할 거면 책임도 져야 하는 게 정부 아닌가.

 여성환경연대는 어제 생리대에서 VOCs뿐 아니라 다이옥신 퓨린 성분도 검출 가능하다며 정부에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생리대에서 이런 맹독성 물질이 검출된다면 VOCs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식약처는 생리대에 어떤 물질이 검출되고 이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한 결과를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 여성환경연대가 유한킴벌리와 ‘특수관계’여서 경쟁사 제품을 문제 삼았다는 의혹도 밝혀내야 할 일이다.

 살충제 계란 파문 당시 식약처는 오염된 계란을 성인이 하루 126개씩 매일 먹어도 안전하다고 말했다. 살충제 성분과 이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인 유해성과는 다른 문제이므로 살충제 검출만으로 불안해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그랬던 식약처가 생리대엔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은 일관성도 없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민간단체의 조사를 공개하는 것이 투명한 행정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식약처의 무능을 덮어주진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