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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의 조급증 정치

Posted March. 07, 201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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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출신 정치인들 가운데는 목포가 낳은 3대 천재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천정배 전 의원, 프로바둑기사 조훈현을 꼽는 이가 많다. 버전에 따라 일부 멤버가 바뀌기는 하지만 천정배를 빼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그가 요즘 하는 선택을 보면 정치에서도 천재인 것 같지는 않다. 천 전 의원은 4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429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새정치연합이 겉으로는 명분 없는 탈당 광주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판을 하지만, 당장 인지도나 비중 면에서 천정배를 꺾을 만한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이 의석을 얻지 못한다면 보선 3곳 전체의 판도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천 전 의원에게 맞설 경쟁력 있는 인물을 전략공천하자니 이미 경선을 하겠다고 천명해놓은 터여서 명분이 없다.

지난해 730 재보선 때 김한길 안철수 지도부는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한 천정배를 중진불가론을 내세워 사실상 제쳐놓고 광주의 딸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밀어붙였다. 천 전 의원 쪽에서는 당이 앞길을 막으니 당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할지도 모르겠다. 정동영 전 의원도 공천을 안 준다고 둥지를 박차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 전례가 있다. 그러나 429 보선에서 1년 뒤면 총선이다. 정치인들은 때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진득하게 때를 기다리는 맛도 있어야 한다.

천정배는 정 전 의원, 신기남 의원과 함께 새천년민주당 시절 정풍운동을 주도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뒤에는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지금 정 전 의원은 통진당 해산 이후 새로운 진보세력 결집을 표방한 국민모임에 합류해 있다. 신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28전당대회 당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친노(친노무현) 편향이라는 비난까지 받아가며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에 기여했다. 엇갈린 선택을 한 옛 천신정 트리오가 4월 보선 이후 어떻게 이합집산할지 모르겠다. 정치의 세계에서 영원한 동지는 없는 모양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