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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6•25 추념

Posted August. 07, 2014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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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가면 추모비가 많다. 인문대에는 박종철 김세진 이재호, 자연대에는 조성만 조정식, 공대에는 황정하, 농생대에는 김상진 추모비가 있다. 모두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에서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희생된 서울대생이다. 419혁명 때 희생된 김치문 등 6명을 기리는 419기념탑은 사회대 근처에 있다. 관악산 기슭 외진 곳에 있던 것을 20년 전 정문 가까운 이곳으로 옮겼다. 매년 4월 19일이면 교수와 학생 대표들이 이 앞에서 기념식을 갖는다.

서울대에서 625전쟁 때 희생된 재학생을 기리는 기념물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대는 1996년에 와서야 625에 참전했다 숨진 서울대생 27명을 찾아내 문화관 대강당 벽에 명단을 새겨 넣었다. 2009년 19명의 명단이 새로 발견돼 현재까지 확인된 전사자 수는 46명으로 늘었다. 서울대가 부산으로 피란하는 난리통에 학적부 등 관련 기록이 많이 없어져서 그렇지 전사한 서울대생이 수백 명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어느 학교를 가나, 어느 소도시의 시청사를 가나 눈에 잘 띄는 곳에 그 학교 졸업생과 그곳 출신 중 제1, 2차 세계대전에서 목숨을 바친 전몰자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침략국이었던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념물이다. 625 때 북한의 침략에 맞서 싸우다 죽은 이들이야말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나라를 구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서울대에 학문과 교수의 자유는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다.

성낙인 서울대 신임총장이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대 419기념탑을 찾았다. 대통령과 총리, 여야 대표는 취임하면 국립현충원을 찾는데 서울대에는 찾을 만한 625 관련 시설이 없다. 서울대 출신 시인은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눈을 들어 관악을 보라고 했다. 조국의 미래를 물을 수 있는 대학이라면 민주화만이 아니라 애국을 말해야 한다. 서울대가 내년 6월까지 서울대생 625 전몰자 기념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