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구타, 알아도 말못하고 말해도 안들었다"

"구타, 알아도 말못하고 말해도 안들었다"

Posted August. 05, 2014 04:37   

中文

수술용 메스는 배를 겨누고 있는데 그 위로는 머리를 바닥에 박은 채 엎드리는 원산폭격을 해야만 했다. 거기에 뒤에서 성기를 걷어차이는 끔찍한 일을 하루가 멀다 하고 당한다면. 이런 짓을 서슴지 않는 가해자들과 24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관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자 진상을 조사해 모조리 처벌하겠다는 말이 아닌 너도 문제 될 수 있어.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거냐?라는 말을 듣는다면, 과연 온전히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대한민국 군대는 병사들의 인권에 관한 한 출구가 없는 지옥이었다. 본보 취재 결과 2012년 10월 육군 모 사단 의무중대에서 또 다른 윤 일병인 임모 일병(22)이 이처럼 끔찍한 일을 당하고 고통에 신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팀이 임 일병 사건을 비롯해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최근 구타가혹행위 사건 3개를 분석한 결과 가해 병사들 외에도 책임 간부들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병영 내에서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는 장병들은 찾아갈 곳이 없었다. 외부 감시 기관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SOS는 보고 체계를 따라가다 소리 없이 사라졌다. 피해자 2명이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자 가해자들은 관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입을 맞췄다.

군 인권센터가 병사 305명을 대상으로 2013년 설문조사한 결과 구타 및 가혹행위에 대한 간부들의 태도에 대해 실질적 관심 없음이라는 응답이 38.4%로 가장 많았다. 피해 병사들이 구타를 못 본 척하거나 참은 이유로는 당연한 결과여서(29.0%) 다음으로 보복 우려(22.6%)가 뒤따랐다.곽도영 now@donga.com조종엽 기자

45면에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