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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륀지 파동과 쉬운 수능 영어

Posted February. 15, 2014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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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미국에서 수영을 배웠다. 물을 무서워해 바닷가에서도 모래장난만 했는데 친절하고 능숙한 강사 덕분에 물놀이를 좋아하게 됐다. 미국은 동네 스포츠센터에서 한 달에 몇만 원만 내면 다양한 스포츠를 배울 수 있다. 학교에는 축구 농구 야구 클럽이 있어 주말마다 경기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열리는 조촐한 피자 파티는 동네 사람들이 어울리는 자리였다.

한국에 돌아온 뒤에는 운동할 곳이 마땅찮았다. 아이는 학교 근처 대학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이마저도 고교생이 된 후엔 가까운 시설과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 한창 자라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놀 공간도 없이 좁은 교실에서만 생활하는 게 안타깝다. 엄마들은 학교에 체육시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여건상 어려운 모양이다.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노르웨이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등 유럽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걸 보면서 역시 저변이 넓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도 메달을 못 딴 모태범 선수는 올림픽은 정말 누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면서 네덜란드는 선수층이 넓어 경쟁하면서 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유럽 국가들은 눈과 얼음이 많다. 그것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설명할 수 없다. 미국과 러시아는 인구가 많지만 노르웨이 인구는 500만 명에 불과하다. 국민 전체가 잠재 후보가 돼야 올림픽을 휩쓸 수 있다. 한국은 어릴 때부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나뉘어 선수가 될 사람은 운동만 하고, 일반인은 공부만 한다. 유럽에선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다가 재능이 발견되면 국가대표 선수로 키운다. 저변이 넓을 수밖에 없다.

유럽은 생활스포츠 천국이다. 노르웨이는 이미 1960년대부터 모든 사람을 위한 운동(Sport for all) 캠페인을 벌였다. 네덜란드에선 누구나 여름엔 축구, 겨울엔 스케이팅을 한다. 독일은 인구의 40%인 3000만 명이 스포츠클럽 활동을 한다. 학교 체육수업만 열심히 받아도 만능 스포츠맨이 될 정도로 수준이 높다. 공짜로 된 건 아니다. 독일 정부는 1959년 황금계획(Golden Plan)을 세우고 15년간 170억 마르크(현재 가치로 200조 원)를 들여 전국에 수만 개의 경기장, 체육관, 풀장을 지었다.

한국도 최근 스포츠시설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아이들은 길이 100m도 안 되는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어른들은 많은 돈을 내고 피트니스를 하든지 주말에 등산 가는 것이 고작이다. 국민의 55.2%가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규칙적인 운동을 못한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아웃도어 의류 열풍에서 보듯 건강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투자는 인색하기만 하다. 정부의 문화체육관광 예산은 올해 5조4000억 원이지만 이 중 생활체육 예산은 3500억 원에 불과하다.

스포츠 활동은 행복감을 높이고 사회 통합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문화 관광 인프라도 확대해야 하지만 더 시급하고 다방면으로 효과가 좋은 것은 생활체육이다. 보는 것은 직접 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 효과도 크다. 운동을 하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유럽에선 의사들이 약보다 운동을 처방한다.

초중고교부터 스포츠를 생활화하고, 지역과 직장 스포츠동호회를 장려하며, 노인 스포츠모임을 지원해야 한다. 꼭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민 행복을 위해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나는 64 지방선거에서 지역 스포츠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릴 담대한 계획을 제시하는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