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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의 엽기 컬렉션

Posted January. 24, 201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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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추억 속 장면이 등장한다. 미스코리아 후보들이 짙은 화장에 한껏 머리를 부풀린 사자머리를 한 채 수영복 심사를 받는 모습이다. 얼굴을 작고 갸름하게 보이게 하는 사자갈기 헤어스타일은 미스코리아의 상징이었다. 역대 미스코리아를 떠올려 보면 세월 따라 미인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 미인상이 보름달처럼 복스럽게 생긴 얼굴이라면 이제는 서구적 외모가 미인의 기준이 됐다.

석가탑도 다보탑도 아닌 엽기적인 탑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 등장했다. 이 병원은 수술로 잘라낸 환자 1000명의 턱뼈 조각을 60cm 높이 투명 구조물에 담아 로비에 전시하면서 홈페이지에서 이를 뼈기둥이란 설명과 함께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이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턱뼈탑 전시에 대한 누리꾼의 비판이 쏟아졌고, 한 시민이 강남구청에 제보를 했다. 구청 측은 확인 결과 의료폐기물관리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짓고 과태료 300만 원을 물릴 방침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모델 케이트 모스는 바비 인형 같은 얼굴이나 몸매와 거리가 멀다. 안짱다리와 167cm를 겨우 넘긴 키, 돌출된 광대뼈와 각진 사각 턱을 가졌다. 1990년대 데뷔 당시 환영받지 못했던 모스는 뚜렷한 개성과 남다른 표현력을 앞세워 모델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당대의 패션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들이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하는 모스가 만약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미인의 이미지가 정형화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아갔을까.

한국인의 얼굴은 서구인에 비해 튀어나온 광대뼈와 사각 턱이 발달돼 있다. 건강상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만 서양 여인처럼 갸름한 V라인 턱 선을 갖기 위해 타고난 얼굴형을 교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세태는 안타깝다. 경제개발 시대에 시골 부모들이 소 팔아 보낸 등록금으로 지은 대학을 상아탑 대신 우골탑이라 불렀다. 강남 곳곳에 자리한 으리으리한 성형외과 병원들을 턱뼈탑으로 불러야 하나.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