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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폭탄의 진화

Posted April. 19, 2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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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아프가니스탄 내 바그람 미군 기지에서 종군() 기자로 취재할 당시에 타봤던 지뢰 및 매복방호용 장갑차(MRAP)는 일종의 생명 방패였다. 어디서 터질 줄 모르는 사제() 급조폭발물(IED)로 많은 미군을 잃은 미 국방부는 걸프전의 아이콘인 고기동다목적 차량 험비를 MRAP로 바꿨다. 1대 가격이 50만 달러(약 5억6000만 원)인 이 장갑차는 바닥에서 터지는 폭발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차량의 무게는 17t이고 문짝 하나의 무게가 160kg이 넘는다.

IED는 대()테러전에서 미군과 연합군 사상자를 양산하는 주범이다. 전사자 3명 중 2명이 IED 희생자다. 영국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제3세계의 저항세력을 돕기 위해 제작 비법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도로변 경계석, 어린이용 완구, 죽은 짐승의 사체를 활용하는 등 진화의 속도도 빠르다. 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최고의 병기로 꼽힌다.

최근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 사용된 압력솥 폭탄은 1990년대부터 국제 테러조직과 개인 테러리스트도 종종 사용해 온 사제폭탄이다. 2010년 예멘 지역 알카에다가 발행하는 온라인 잡지가 엄마 부엌에서 폭탄 만드는 법을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쌀 대신 질산암모늄이나 RDX(고성능폭약), 볼베어링과 쇠못 등을 잔뜩 채워 넣고 휴대전화 등으로 뇌관을 삼으면 된다. 100200달러 정도의 제작비로 뚝딱 만들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WMD)인 셈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주차장에 버려진 압력솥 때문에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하고 지역 방송사들이 헬리콥터를 띄우는 소동이 벌어졌다. 밥솥대국 한국에서도 일어날 법한 일이다. 북한 김정은이 절대 남침 못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골목골목 부대찌개에 대폿집, 거리마다 총알택시, 집집마다 핵가족이 있고, 여기저기서 폭탄주를 만드는 한국이 이제 압력솥 무장까지 했다는 얘기다.

하 태 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