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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초긴장 시국에 서해 월북선 못막았다

이런 초긴장 시국에 서해 월북선 못막았다

Posted April. 05, 2013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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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정착해 살던 탈북자가 훔친 어선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북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 위협에 군 당국이 경계 태세를 강화했음에도 NLL을 통한 월북을 막지 못한 것을 두고 군의 경계 태세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4일 탈북자 이혁철 씨(28)가 연평도에서 어선(9t급 진흥3호)을 절취해 3일 오후 10시 49분경 NLL을 통과해 월북했다고 밝혔다. 과거 4회에 걸쳐 제3국으로의 탈북과 재입북을 반복하다가 2007년 3월 한국에 들어온 이 씨는 두 달 전 꽃게잡이 선원으로 일하기 위해 연평도에 들어왔다. 이 씨는 3일 부두에 정박 중인 어선에 엔진 키가 꽂혀 있자 이를 그대로 몰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초병은 3일 오후 10시 20분경 이 씨가 탈취한 어선이 부두에서 나와 이동하는 것을 포착해 연평부대 상황실에 보고했다. 군 관계자는 초병의 보고를 받고 해당 부대가 정확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며 꽃게철을 맞아 연평도 꽃게잡이 배들이 좋은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밤사이에 항구 내항에 정박된 배를 외항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어선도 그런 차원에서 출항하는 것으로 이해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단 어선이 외항으로 나갈 경우 초병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외항으로 갔는지, NLL로 북상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탈취한 어선이 군의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초병의 첫 보고로부터 20여 분이 지난 뒤였다. 오후 10시 44분경 해병대 레이더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탐지되자 인근의 해군 레이더에 정확한 식별을 요청했다. 오후 10시 46분경 어선 한 척이 NLL 남방 900m 지점까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각 연평도 인근에 정박해 있던 해군의 고속정이 출발했지만 어선은 이미 NLL을 넘어간 뒤였다. 선주가 북으로 향하는 이 씨에게 휴대전화를 걸어 돌아올 것을 종용했으나 이 씨는 개, 있을 때 잘하지 그랬냐는 식으로 욕설을 하며 그대로 도주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최첨단 해병대 및 해군의 레이더가 우리 어선의 이동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자 감시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북한의 움직임을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군 당국의 말이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왔다. 이에 해군과 해병대 측은 레이더 음영구역(산에 가려 레이더로 볼 수 없는 구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최초 초병 보고를 받은 부대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부대에서 어선의 불법 출항을 관리할 1차적 책임이 있는 해양경찰에 연락을 해 확인만 했더라면 충분히 월선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