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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청춘, 말 안통해도 비사 비사 비사 맨몸 투혼

도전하는 청춘, 말 안통해도 비사 비사 비사 맨몸 투혼

Posted March. 07, 201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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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센터 K-프런티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국내에서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형섭 씨(22)는 고교 졸업 이후 국내 명문대 경영학과에 합격했지만 평소 꿈꿔왔던 해외취업을 위해 과감히 입학을 포기했다.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해외대학으로의 진학을 준비 중이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왕립대학인 킹사우드대학에 합격한 그는 말레이시아의 한 대학에서도 입학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씨는 똑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국내보다는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에서 일하는 게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미 한국의 많은 청년들은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특히 북미나 유럽, 일본 등 성장이 정체에 들어선 곳보다 중남미나 동남아, 중동 등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K-프런티어 탐방단이 지난달 21일 방문한 인도네시아 최고의 국립대학인 우이대학에는 한국인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이 대학의 인도네시아어 어학연수코스인 비파 과정을 다니면서 현지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이다. 2007년 인도네시아로 진출한 LG상사의 송륜광 차장은 현지 법인에 근무하는 전체 한국인 65명 중 25명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채용했다며 앞으로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인도네시아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구직자들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이 주최한 한-인니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SP) 국제정책회의에도 참석했다. KSP는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정부의 수자원관리정책에 대한 조언을 받아들여 카리안댐 건설과 바탐 하수처리시설 구축, 서부지역 농업관계시설 개선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기업의 참여도 활발히 이뤄졌다. 이 씨는 한국형 경제발전 전략을 배우려는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이 활발해지면 현지 일자리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중소기업 기피는 여전

한국의 청년구직자들이 중소중견기업을 회피하는 분위기는 현지에서도 비슷했다.

자카르타 시내에서 서쪽으로 40km가량 떨어진 탕어랑 공단에서 직원만 4500여 명에 이르는 신발제조업체인 PT.UFU. 이 회사의 이석태 사장은 한국 젊은이들이 현지에서 취업하려는 분위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내비쳤다. 이 사장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한 한국인 청년 2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이들은 1년 만에 자카르타 시내의 대기업 법인 및 지사로 이직했다. 한국 대학생들이 해외에서 취업하려는 것은 국내에서는 대기업에 취직할 수 없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요? 한국인을 채용해봤자 금방 대기업으로 옮겨갈 생각만 할 텐데 뭐 하러 채용을 하겠습니까.

한국의 한 지방대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제조업체들을 설득해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해외에서의 힘든 생활을 참지 못하거나 혹은 1년 정도 경력을 쌓아 현지의 대기업으로 옮겨갔다. 이 사장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일부 한국인 중소중견기업 사장들은 한국 청년구직자들의 이런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한국계 대기업에 채용된 구직자들이 본사에서 나온 주재원이나 파견 직원과의 임금 및 복지수준의 차이로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학교 때 인도네시아로 이주해 현지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계 대기업에 취업했던 신모 씨(31여). 그는 현지 채용자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해도 주재원이나 파견자에 비해 임금도 낮고 주거 및 차량 복지 혜택도 거의 없다며 일부 한국 교민들은 한국에서 대기업에 입사한 뒤 다시 인도네시아로 오기 위해 토익시험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현지법인의 한 관계자는 현지채용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현지에 생활기반이 있다는 전제로 채용하는 것이라 복지 혜택이 파견자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취업 허실은

12박 13일간의 일정 동안 청년구직자들은 해외취업의 허와 실을 체험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교환학생을 다녀와서는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꿈꿔왔던 문혜지 씨(24여)는 이번 프로그램 동안 인도네시아의 현지 음식과 물이 맞지 않아 복통에 시달렸다. 마트 매장에서 장시간 서있느라 발이 부어오르자 파스를 발바닥에 붙이기도 했다. 문 씨는 해외 취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남자친구에게 함께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하자고 말할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탐방단이 만난 한국기업인들은 한국의 청년구직자들이 현지어를 익히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근무할 마음만 굳게 먹는다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큰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희광 KOTRA 자카르타무역관 차장은 현지에서 2, 3년 경험을 쌓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창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조언했다. 포스코 인도네시아법인에서 근무 중인 포스코경영연구소의 박경서 박사는 미국에서 토목학을 전공 중인 아들이 한국에서 일하기보다 인도네시아에서 일할 것을 권유할 정도로 이곳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며 결국 해외취업의 성공여부는 해당국가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