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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적자장부 넘겨받은 박정부, 정책 우선순위 조정해야

[사설] 적자장부 넘겨받은 박정부, 정책 우선순위 조정해야

Posted February. 12, 201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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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세() 수입이 2004년 카드 사태 이후 8년 만에 목표액을 밑돌았다. 소비 부진과 주식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겹쳐 부가가치세, 관세, 농어촌특별세 등이 각각 1조 원 넘게 덜 걷혔다. 이 바람에 국세 징수액이 목표 대비 2조8000억 원 차질이 생기고 지난해 거둔 세금에서 이미 쓴 돈과 올해로 넘겨 지출할 몫을 뺀 세계잉여금()도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적자를 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막판의 경기 침체로 후임 정부에 사상 처음 마이너스 통장을 물려주는 선례를 남겼다.

이명박 정부가 물려준 적자 장부를 들고 빠듯한 나라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박근혜 차기 정부의 어깨에 놓인 짐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역대 정부는 전임 정부가 넘겨준 조 단위의 세계잉여금을 종자돈 삼아 세금을 깎아주거나 공약을 이행하는 데 쓰는 재량을 발휘했다. 박근혜 정부가 넘겨받은 장부에는 그럴 여윳돈이 없다. 경기 부양과 복지 공약 실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도 적자 국채를 찍어 감당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5년간 135조 원에 이르는 대선 공약 재원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엔 저() 공세까지 겹친 올해는 나라곳간을 채우는 일이 더욱 가시밭길이다. 정부는 올해 4.0% 성장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하고 세입 예산안을 짰지만 한국은행과 민간기관들은 이미 2%대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종합소득세와 법인세가 목표보다 더 걷혀 부족한 세수를 메웠지만 올해는 대기업과 자영업자의 실적 악화로 이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세수가 약 2조 원 줄기 때문에 적자 나라살림이 두 해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차기 정부가 세수 부족과 나라 빚 증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는 경제 살리기에 둬야 한다. 대선 공약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찔끔찔끔 설명을 내놓거나 135조 원이라는 숫자만 꿰맞추는데 급급해서는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할 것이다. 공약 가짓수를 줄이고 우선순위를 정해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공약의 실행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책임이 차기 정부에 있다.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지하 경제를 양성화하거나 고소득자 세제 감면 축소를 통해 걷는 세금이 많지 않다. 증세() 없이 기존 예산 절감으로 막대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어렵다. 박 당선인의 증세 없는 공약 실천 의지도 재원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에 부닥칠 것이다. 복지에 대한 기대 수준을 조정하거나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세금을 어디에서 어떻게 더 걷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적거리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12년에 끝날 단기 불황이 아니다.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경제 체질을 바꾸자면 균형감과 통찰력을 갖춘 경제 부총리를 사령탑에 앉히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