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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프랑스 좌파 정권이 맞이한 진실의 순간

[사설] 프랑스 좌파 정권이 맞이한 진실의 순간

Posted November. 08, 2012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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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탄생한 프랑스 좌파 정권이 집권 7개월 만에 우향우()로 선회했다. 프랑수와 올랑드 사회당 정부는 6일 투자와 고용 촉진을 위해 200억 유로(약 28조원) 규모의 기업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 회장을 지낸 루이 갈루아 프랑스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장이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2년간 기업에 300억 유로(약 42조원)의 사회복지 비용을 깎아줘야 한다며 제출한 22개 항목의 산업경쟁력 강화방안 보고서 내용을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올랑드 정부는 재정 지출을 축소하면서 부가세와 환경세를 인상해 줄어든 세수를 메우기로 했다. 중도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정부의 기업 감세 및 부가세 증세 정책을 뒤따라가는 셈이다. 주요산업의 경쟁력 약화, 제로 성장, 25%의 청년 실업률,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는 재정 적자가 프랑스 경제위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프랑스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은 유로존 국가 평균보다 20% 높다. 정규직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주당 39.5시간으로 영국(42.2시간) 독일(40.7시간)보다 짧다.

친()노동자 성향의 올랑드 정부는 허약한 경제체질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금 수령 연령을 62세에서 60세로 환원하고 최저 임금을 2% 인상하는 등 선심성 정책을 폈다. 고소득자 최고 세율은 75%까지 올려 소비와 투자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자와 기업의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실업률은 10%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프랑스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정부 전망치(0.8%)의 반 토막인 0.4%로 예측하면서 노동비용과 경직된 근로조건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없으면 이탈리아 스페인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랑드 정부는 좌파 성향의 정책을 더 고집할 수 없게 됐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재무장관은 기업 감세로 5년간 일자리 3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이것이야말로 진실의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복지시스템의 개혁은 내년으로 미뤘다. 고용과 해고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재계와 노동계의 대타협도 지연되고 있다. 과잉복지 과잉보호에 익숙해진 사회를 개혁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

지금의 프랑스는 곳간을 채우는 성장이 없으면 복지를 지속할 수 없고, 최상의 복지는 역시 일자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대선 후보들이 뒷감당이 힘든 복지 공약을 남발하면 우리나라도 1, 2년 안에 진실의 순간을 맞을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