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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회마을과 양동마을

Posted August. 02, 201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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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는 지난해부터 전통마을 체험 행사를 열고 있다. 대부분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내려와 수백년 된 고택()에서 하루 밤을 지내면서 선비문화와 전통 음식을 체험하고 돌아간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충청남도의 5개 민속마을을 방문하는 가자 1박2일 충남 민속마을 행사를 올해부터 열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행사 때마다 수용 인원의 10배가 넘는 신청자들이 몰려 추첨으로 선정한다. 오래 잊혀졌던 전통 마을이 지방을 활성화하는 관광자원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새로 등재된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국내 전통마을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다. 경북 안동에 있는 하회마을은 600년 이상, 경북 경주에 위치한 양동마을은 500년 이상 같은 문중 사람들이 살아온 양반 마을이다. 숱한 전란()을 겪으면서도 두 마을이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서울에서 600년 고도()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한적한 농촌에도 아파트 등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한국의 문화와 자연유산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은 이번이 10번째가 되지만 전통마을은 처음이다. 주민이 전통 가옥 뿐 아니라 유교 전통 등 무형의 문화를 잘 보존한 것이 두 마을의 가치를 더 높였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관광객 방문이 급증한다. 지난해 6월 말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을 찾아온 외국인은 8배로 늘어났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조선왕릉의 외국 관광객은 4648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3만7063명으로 증가했다. 두 마을이 국제적인 명소로 인기를 모으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아왔을 때 원형 훼손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세계유산 등재는 자부심과 함께 책임이 따른다.

하회마을은 임진왜란 때의 실패를 기록해 후대의 교훈으로 남긴 징비록의 저자 서애 유성룡, 양동마을은 대표적인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을 배출한 곳이다. 두 마을의 원형 보존 못지않게 선인들이 남긴 정신적 유산을 지켜야 할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 국내 관광객들은 두 마을의 외형만 보고 돌아갈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계승해온 정신적 가치를 함께 느끼는 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