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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좌장 ( )

Posted February. 20, 20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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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동영 의원과 최형우 전 의원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핵심 실세였다. 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 YS와 김대중(DJ) 전 대통령 같은 야당지도자들에게는 자신들을 대신해 조직관리와 정치자금 분야를 도맡아 처리하거나 때로는 교도소에 까지 가는 대리인들을 두었다. 양김()이 험난한 대권가도를 헤치고 나가 집권하기까지에는 궂은일을 마다 않고 계보를 챙긴 넘버2격의 좌장() 역할이 컸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DJ를 40여 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DJ 사단을 이끈 동교동계 맏형 또는 동교동계 좌장으로 불렸다. 야당시절 부총재를 지낸 그의 별명은 권부( 또는 )로 통했다. 권부는 금고지기로 불릴만큼 조직과 자금을 관리한 실세라는 이중 의미를 갖고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랐던 친노 의원들 사이에선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좌장 격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는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친 이명박계의 좌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3김식 계보정치가 소멸하면서 좌장의 의미는 빛이 바랬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이 세종시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7개 기관을 옮겨가는 절충안을 내놓은 데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야당 대표시절부터 계보를 만들지 않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에 좌장이 없다는 말은 논리상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이 2005년 당대표와 사무총장으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이후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아 선거전을 진두지휘한 김 의원이 자연스레 친박계 좌장으로 불린 것도 사실이다.

박 전 대표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에 대해 당론으로 채택돼도 반대한다며 쐐기를 박고 일부 친박 의원들이 수정안 검토나 본회의 무기명투표 필요성 등 타협안을 거론할 때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수장의 뜻과 달리 절충안을 제시한 김 의원의 행동은 친박계 내에서는 일종의 항명죄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친박계의 단일 대오 유지에 좌장은 방해가 될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좌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박 전 대표 밑에서 김 의원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