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뛸 때마다 희망도 한걸음씩 커져요 아메세끼날로(감사합니다)

뛸 때마다 희망도 한걸음씩 커져요 아메세끼날로(감사합니다)

Posted March. 06, 200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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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달리는 것 자체가 희망이에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동남쪽으로 200km 떨어진 아르시 지역의 아셀라 마을.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비행기를 타고 승용차로 6시간을 달린 끝에 도착한 마라톤 꿈나무 신타예후 톨로사(15)의 집. 방안은 얼기설기 엮은 나뭇가지 위에 놓인 담요 한 장이 전부였다.

톨로사는 진흙 바닥 위에 포대를 깔아놓은 1평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생활한다. 여기서 잠자고 공부하고 할머니, 누나와 밥을 먹는다.

하지만 톨로사의 꿈은 결코 작지 않다. 드넓은 초원을 달릴 수 있는 그의 꿈은 세계적인 마라토너가 되는 것이다.

톨로사는 동아일보와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이 에티오피아 육상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시작한 에티오피아 희망 프로젝트의 후원 아동이다.

마라톤은 에티오피아의 희망

5일 오전 6시 반. 톨로사와 동갑내기 친구 메스핀 바주는 몸을 풀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다.

톨로사를 비롯한 아이들 10여 명은 매일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훈련을 한다. 이를 위해 5km나 떨어진 거리를 달려온 아이도 있었다.

푸른 색 유니폼을 갖춰 입은 아이들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1시간 동안 꼼꼼히 온 몸을 풀었다.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3분59초) 보유자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6)를 배출한 이 마을의 꿈나무들은 역시 달랐다. 초원을 질주하는 그들의 움직임은 수렵시대의 날렵한 사냥꾼을 보는 듯했다. 먹이를 쫓는 것처럼 치열하게 달렸다. 프로 마라토너처럼 호흡을 조절하면서 상대방을 견제하며 뛰고 또 뛰었다.

희망 프로젝트는 마라톤 꿈나무 70여 명의 체계적인 훈련을 지원한다. 이들이 굶주림 없이 운동할 수 있도록 마을의 식량 개선 사업도 돕는다.

열악한 상황 극복하는 아이들

톨로사는 얼마 전 구두닦이를 그만 뒀다. 미성년자의 노동을 금지한 정부 정책 때문이다. 그는 현재 물을 길어다 음료를 만들어 파는 할머니의 일을 돕고 있다.

바주는 훈련을 마치면 양파를 시장에 내다파는 어머니를 도와야 한다. 어머니는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했다. 하지만 바주는 그럴 수 없다. 월 60달러에 불과한 수입으로 다섯 남매를 홀로 키운 어머니였다.

톨로사와 바주는 6일 동아일보와 월드비전이 에티오피아 주정부와 함께 주최하는 에티오피아 희망 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

이들은 우리에게는 달리는 게 희망이고 행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달리기는 유일한 놀이인 동시에 에티오피아에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수단이다.

톨로사는 기자를 만나자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메세키날로(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할머니는 손자가 훌륭한 마라토너가 돼 유명해져 헤어진 부모도 다시 찾게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장에는 유니폼을 입은 70여 명 외에도 100명이 넘는 헐벗은 아이들이 부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일부는 훈련을 따라하기도 했다.

한 에티오피아 소년은 친구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우리 마을이 잘살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톨로사는 가족과 친구의 소망을 가슴에 담았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영혼을 실어 질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뛸 때마다 희망이 점차 가까이 오는 게 느껴져요.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에티오피아 희망 프로젝트는 동아마라톤 홈페이지(marathon.donga.com)나 월드비전(02-784-2004)에서 후원할 수 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