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386벤처 신화서 횡령 기업가로

Posted January. 13, 2009 07:59   

中文

386 운동권 창업신화로 주목받았던 휴대전화 제조업체 브이케이(VK) 전 대표 이철상(41사진) 씨가 검찰에 구속됐다.

대전지검 특수부는 이 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및 횡령, 배임증재 등 혐의로 최근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 씨로부터 수억 원의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 상무였던 정모(44) 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전 VK 기획조정실장 홍모(38)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달아난 전 VK 부사장 임모(48) 씨 등 3명은 지명수배 등의 조치를 취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1차 부도 두 달 전인 2006년 4월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VK의 자금이 충분하고 이익이 증가할 것이며 증자대금을 원자재 조달비용 등에 사용할 것처럼 속여 증자대금 90억 원을 챙겼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연구소를 대전 대덕테크노밸리로 옮길 의사도 없으면서 보조금을 신청해 대전시와 정부에서 용지 매입비의 50%인 18억7000여만 원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씨가 해외에 설립한 위장거래 회사를 통해 13억 원을 횡령했으며 대리인을 대표로 내세운 회사의 자금 수십억 원을 임의로 사용해 전체적으로 회사에 3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끼쳤다고 밝혔다.

이 씨는 20052006년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A사로부터 1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당시 상무였던 정 씨에게 2차례에 걸쳐 5억 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씨가 빼돌린 돈을 대부분 어음결제나 채무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일부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돈의 용처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386 벤처신화의 몰락이라고 규정지었다. 이 씨는 19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권한대행을 맡아 학생운동을 주도한 핵심 386 운동권 출신이다.

그가 2002년 설립한 VK는 중견 업체로는 유일하게 자체 브랜드로 휴대전화를 생산하면서 한때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지만 2006년 초부터 자금압박이 심해지자 부도덕한 기업가와 다를 바 없는 행위를 자행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가 자금압박을 받자 해외에 위장거래 회사를 설립해 자금을 빼돌리고 지자체를 속여 국가보조금을 챙기는 한편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의 수법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며 대리인을 내세워 다른 2개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사채 등을 동원하는 등 전문적 기업사냥꾼들의 행태를 따랐다고 말했다.

한편 VK는 2004년 매출 3800억 원, 영업이익 230억 원 등 뛰어난 실적을 거두며 초고속 성장을 하다가 2006년 7월 17억8100만 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돼 현재는 법정관리되고 있다.



지명훈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