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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연설도 안 먹히면 누가 뒷감당 할 건가

[사설] 대통령 연설도 안 먹히면 누가 뒷감당 할 건가

Posted October. 10, 2008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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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거래일째 폭등하던 원-달러 환율이 어제 달러 당 15.50원 내렸다. 이는 정부의 구두()개입 덕이 아니라 외환보유고를 풀어 실탄()개입에 나선 결과다. 시장의 달러가 동이 나고 투기적 가()수요까지 가세하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비()이성적 과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헤지 상품 키코에 물려 부도 불안에 쫓기며 달러를 구하러 다니는 중소기업들에게 이성적으로 거래하라는 충고가 잘 들릴까.

그동안 정부의 막연한 낙관론 발언 시리즈가 오히려 달러 파동을 증폭시켰다. 시장 상황 급변에 대한 예측력도 보이지 못하면서 장관, 청와대 참모뿐 아니라 대통령까지 문제없다는 말만 앞세운 것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 당국자들의 말고 동떨어진 결과가 반복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져버린 것이다.

9월 30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보유액을 필요한 만큼 투입해 환율이 급속도로 오르는 것을 막겠다고 하자 이틀 뒤 환율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걱정 말라거나 은행과 기업들에게 주문만 하기보다는 작고 취약한 서울외환시장,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달러공급 부족 상황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행동을 앞세웠더라면 오히려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키코 피해 중소기업 문제도 5월부터 제기돼 시급한 처방이 요구됐는데도 차일피일 시일을 끌다가 이번 주에야 돈을 풀고 대책반을 가동했다. 결국 기업 피해가 커졌고 국민부담이 돌아올 대책 비용은 훨씬 많이 들어가게 됐다.

정부는 주요 정책과 비전이 국민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오해를 사고 혼선을 빚는다며 이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가 의문스럽다. 9월 위기설 때도 당정청()의 주요 관계자들이 모두 나와 발언을 쏟아냈다. 그때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서 정부 불신이 커진 게 아니다. 이렇게 중요한 얘기를 한다면 왜 라디오를 통해 하는지도 의문이다. 미국 프랭크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시작한 것은 텔레비전이 등장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장에 설득력을 보이지 못하는 것을 대통령이 나선다고 해서 반전시킬 수 있는 상황 같아보이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덜컥 마이크를 잡았다가 안팎의 시장 상황이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뒷감당을 누가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