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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에영화로제작내달개봉

Posted July. 29, 2008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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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X파일(8월 14일 개봉)일까.

만화책에서 뛰쳐나온 슈퍼 영웅들이 스크린을 장악한 시대. 저 너머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는 얼핏 느닷없고 칙칙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X파일은 무시할 수 없는 브랜드다. 1993년 미국에서 방영하기 시작한 같은 이름의 TV드라마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는 방영 시간이 월요일 심야였지만 102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컬트 신드롬을 일으켰다. 드라마는 6년 전에 끝났지만 X파일이란 단어는 지금도 음모나 비리를 뜻하는 대명사처럼 쓰인다.

드라마 시즌9의 최종회는 외계인의 비밀을 알아낸 멀더(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스컬리(질리언 앤더슨)가 정부에 쫓기던 상황에서 애매하게 마무리됐다.

X파일 마니아들은 당연히 새 영화가 모호했던 그 결말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부제가 나는 믿고 싶다인 이 영화에는 외계인 얘기가 없다.

부제는 드라마 속 멀더의 방에 걸려 있던 미확인비행물체(UFO) 포스터의 문구. 영화는 이 포스터를 인용해 흥미를 끌지만 실제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

20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듀코브니는 확실한 믿음을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영화는 그런 믿음의 힘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2012년 12월 22일의 외계인 침공을 걱정하던 멀더는 FBI를 떠나 개인적 조사에 파묻혀 산다. 스컬리도 의사로서 새 삶에 몰두하고 있다. 어느 날 FBI가 실종된 요원을 찾아 달라며 이들에게 도움을 청해온다. 드라마 결말에 벌어졌던 재판 얘기가 살짝 언급돼 영화와의 연결점 역할을 한다.

그 뒤에 전개되는 것은 드라마의 뼈대를 빌린 새로운 얘기다. 멀더 필생의 과제인 외계인과 괴물, 초자연현상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는 스릴러를 표방한 로맨스물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두 사람의 애정관계를 영화 전반의 중심에 배치했다. 외계인에 큰 미련이 없는 팬이라면 멀더와 스컬리의 본격 러브스토리는 흐뭇한 볼거리다. 드라마에서는 두 캐릭터의 깊은 이해와 우정이 사랑으로 발전했지만 키스신이나 베드신은 없었다.

듀코브니는 가벼운 입맞춤은 몇 번 있었지만 진짜 키스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팬들이 그 키스를 오래 기다렸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멀더와 스컬리의 로맨틱한 관계는 큰 변화라고 했다. 야하지는 않지만 가벼운 베드신도 잠깐 나온다.

최근 드라마 캘리포니케이션에서 바람둥이 작가를 연기한 듀코브니는 지적인 이미지에 원숙함을 더해 한층 매력적인 반면 미모를 뽐냈던 앤더슨은 쇠락해 베드신에서의 짙은 메이크업이 안쓰럽게 보인다.

X파일 시리즈를 창조한 감독 크리스 카터는 드라마 X파일은 코미디, 스릴러, 호러 등 모든 장르를 선보였다며 이번 영화는 처음부터 외계인 이야기를 배제했던 기획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드라마 주역을 다시 불러 모아 변주한 외전()이라는 고백이다.

그러나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카터의 설명이 마니아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누구를 만족시켜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아닐지.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