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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휴대전화 안심 광고

Posted November. 18, 200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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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가 휴대전화는 기술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줄기차게 외쳐 대자 많은 사람이 도감청을 피하기 위해 책상전화를 놓아두고 요금이 비싼 휴대전화를 이용했다. 통화 중에 민감한 내용이 나오면 책상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로 다시 걸어 달라고 해 통화했다. 도감청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 관계자들은 휴대전화 감청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와 같다고 반박하며 휴대전화에 대한 그릇된 맹신()을 심어 주었다.

천용택 씨가 국가정보원장으로 있던 1999년 9월 법무부 행정자치부 정보통신부와 국정원이 합동으로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광고를 냈다. 당시 3개 부처 장관은 김정길, 김기재, 남궁석 씨였다. 광고에는 통화감청이 불가능한 휴대폰도 정부가 감청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지만 광고는 국정원이 휴대전화 감청장비인 R2 여섯 세트를 개발해 본격 운용한 시점에 나왔다.

R2는 통신회사의 유선중계통신망 회선에 감청장비를 연결해 그 회선을 통과하는 모든 유무선 전화를 감청할 수 있는 장비다. 국정원은 R2에 주요 인사 1800여 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놓고 상시()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4개 부처가 합동광고를 한 시점이 R2 가동 시기와 맞물려 있는 것이 아무래도 석연찮다. R2 도청에 많이 걸리도록 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시키려는 음모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 정치인은 DJ정부 시절 사석에서 만난 김은성 국정원 차장에게서 아무개 전화에 걸어놓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국정원에서는 특정인에 대한 도청 개시를 걸어놓았다고 표현했던 모양이다. 수천 대의 전화에 도청장치를 걸어놓고서 국민의 정부는 다릅니다. 휴대전화는 도감청이 안 됩니다라고 광고를 낸 것은 가증스러운 사기극이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했습니까? 덕분에 모조리 엿들었습니다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을까.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