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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 세금으로 다 토해내야

Posted September. 03, 20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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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오전 9시가 지나자 고급 승용차가 줄을 이었다.

서울에 사는 이른바 돈 많은 사람들이 국민은행 주최 831 부동산 종합대책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든 것.

오전 10시 시작된 설명회에 초청된 사람은 3억 원 이상을 맡겨야 가입할 수 있는 프라이빗뱅킹(PB) 고객 220명. PB 고객 중에서도 상위 10%에 드는 사람이라는 게 국민은행 측의 설명이다.

넓은 그랜드볼룸이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은행에서 나눠준 자료에 밑줄을 치고 강사들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메모를 했다.

2시간여에 걸친 강의가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60대 여성은 집이라고는 20년 넘게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한 채밖에 없는데 이걸 팔면 세금이 5억 원이라고 한다. 죽을 때까지 갖고 있어야 하는지,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더는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고객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꺼린 탓이다.

질의응답이 끝나고 식사 시간이 되자 참석자들은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화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자영업자라고 소개한 40대는 메가톤급 대책이다. 역시 정부가 세다는 걸 느꼈다면서도 과거에 나온 대책들도 처음엔 다 그랬다. 정권이 끝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종하(72) 씨는 부동산을 처분해 노후자금으로 쓰려고 했는데 팔아서 모두 세금으로 내게 될 판이라며 나이 든 사람에게는 가혹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50대 여성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그렇게 많이 올리면 어쩌란 말이냐며 강남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느냐는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반면 중소기업 사장이라고 밝힌 최모(68) 씨를 비롯해 일부는 가진 사람들이 보유세를 더 내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설명회가 끝난 뒤 이어진 일대일 상담에는 20여 명이 신청해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흐름과 투자 방향, 부동산 처분 여부 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이번 대책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하겠지만 그래도 부동산을 고집한다면 주택이나 토지보다는 규제 대상에서 빠진 상가를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황진영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