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결혼 상대

Posted July. 13, 2005 04:13   

中文

사랑을 위해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는 세상이다. 사랑이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정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세기를 기준으로 그 이전까지는 결혼이 사랑과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왕실의 결혼은 철저한 손익 계산에 따른 정략결혼이었다. 국가 간 동맹을 위한 외교적 거래로 결혼이 성사되는 일이 흔했다. 귀족들은 혼인을 통해 세력을 키우고 재산을 늘렸다. 농민들은 최대한 많은 토지를 갖고 있어야 먹고살 수 있었기에 결혼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경제적 조건이었다.

12세기 프랑스 남부의 시인집단인 트루바두르가 사랑의 시를 애송했던 것은 무척 예외적인 일이었다. 이들은 궁정의 화려한 파티에서 만난 남녀가 눈길을 마주치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결혼으로 맺어지는 것을 찬양했다. 이른바 궁정 사랑은 먼 훗날 확산된 낭만적 사랑의 기원이다. 물론 당시에도 연애는 존재했다. 하지만 결혼 밖에서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18, 19세기에 진행된 사랑의 혁명은 사랑과 결혼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일이었다. 남녀가 배우자를 직접 선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불륜에 갇혀 있던 사랑이 서서히 결혼제도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개인의 자유가 확대된 데 따른 소득이다. 우리나라에도 자유연애와 결혼을 이상적인 것으로 보는 이데올로기가 뿌리내려 있지만 결혼의 속성상 신분과 계층, 종교, 교육수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것이 현실의 모습이다.

한국 사회의 결혼관이 보수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엇비슷한 조건의 남녀를 연결해 주는 결혼정보업체에서 표본을 구한 것이라 제한적이긴 하지만, 남녀가 결혼에 이르려면 경제 문화적 여건이 비슷해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서울 강남 8학군 출신이 같은 지역 내에서 배우자를 찾는 식이다. 결혼의 추세는 어차피 사회상의 반영이다. 끼리끼리 결혼도 심리적 여유를 상실하고 모험을 회피하려는 요즘 세태를 보여 주는 게 아닐까.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