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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서민들 추운겨울

Posted December. 19, 200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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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40대 중반의 A 씨 부부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다는 올겨울이 더 춥다. 2003년 4월 분양가의 절반인 7500만 원을 대출받아 마련한 27평형 아파트가 경매로 날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

A 씨 부부는 분식점을 운영해 작년 12월까지는 월 40만 원의 이자를 정상적으로 납부했지만 올해는 매출이 줄면서 한번도 이자를 내지 못했다. 은행은 10월 경매를 신청했고 A 씨 부부는 밀린 이자 1200만 원이라도 갚아 보려고 피눈물을 삼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짙어지는 불황의 그림자가 법원 경매시장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19일 경매정보 제공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11월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의 경매매물 건수는 2만4797건으로, 외환위기 이후 월별 경매건수가 가장 많았던 2000년 5월 1만8327건보다 35.5%나 늘어났다. 11월 전체 경매건수도 4만5427건으로 2000년 5월의 4만9719건에 육박했다.

아파트 매물은 외환위기 영향 받은 때보다 많아=아파트 월별 매물 건수는 9월까지는 60009000건대에 머물렀으나 10월 1만 건을 넘어서더니 11월에는 1만2961건으로 30% 가까이 급증했다.

불황이 깊어가면서 연립이나 다세대주택 같은 서민형 주택뿐만 아니라 중산층 주택인 아파트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A씨 부부와 같이 주택 구입 당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사람들이 경기가 나빠지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 채권회수 담당 관계자는 이자 연체자 중 상당수가 주택담보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이라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은행으로 찾아와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건물 통째로 나오는 무더기 경매 증가=특정 아파트 단지의 한두 채가 경매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십수백 채의 아파트가 한꺼번에 경매에 등장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을 소유한 기업체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 울산지방법원에서는 경남 양산시 웅상읍 소주리 소재 한 임대아파트의 경매가 진행 중이다. 경매물건은 무려 627가구. 10월에 첫 경매가 진행됐고 27일에 4회차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소형 아파트 63가구(17평형 안팎)도 한꺼번에 경매에 나왔다.

오피스텔과 상가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는 최근 오피스텔 20여 가구가 한꺼번에 경매에 나왔다.

목 좋은 상가도 경매로=예전 같으면 잘 등장하지 않는 상가도 심심치 않게 경매에 나오고 있어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경매에 등장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3층 상가(255평)는 뱅뱅사거리 인근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사무실이 밀집해 있고 대로변에 있기 때문에 경매에 나오기 힘든 물건이라는 것이 경매정보 제공업체 지지옥션의 설명. 디지털태인 이영진 부장은 부동산이 경매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므로 앞으로 더 많은 물건이 경매 시장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진석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