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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주례사      

Posted March. 16, 2024 07:50   

Updated March. 16, 202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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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대학교 교정은 파릇파릇하다. 초록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도 파릇파릇하다. 새싹 같은 사람들이 목소리도 낭랑하게 떠드는 것을 듣고 있자면 흐뭇해진다. 화제 중에서도 연애 이야기가 나오면 톤이 높아지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나도 연애하고 싶다는 푸념이라든가 누구한테 관심 있다는 이야기까지, 청춘의 3월은 흥미진진하다. 사랑하기 좋은 계절,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시 한 편을 소개하고 싶다.

이 시에는 ‘사랑’이라는 단어는 한마디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주례를 설 만큼 나이가 지긋한 시인이 지나가다 목격한 부부 이야기만 나온다. 노부부는 서로에게 키를 맞추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단히 화려한 장면도 아니고 눈에 확 들어오는 결정적 장면도 아니지만 시인은 거기서 사랑의 정수를 찾아낸다. 저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맞추는 마음이 사랑이구나. ‘우리 지금 사랑에 빠졌어요’ 하는 의식이 없이도 노부부는 평생 자연스럽게 사랑을 실천했을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이렇게 살면 얼마나 성공적일까. 크게 부자가 된 사람, 권세 있는 사람이 부럽지 않다. 저 노부부의 사랑만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