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가진 쪽만 실리 챙겼다… 與는 친윤 생존, 野는 비명 배제

4월 총선 공천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여야 모두 권력을 가진 주류 측이 공천결과를 압도하고 있다. 그제 밤 20곳 경선결과를 발표한 민주당에서는 친명 우세, 비명 배제 흐름이 더 뚜렷해졌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등 문재인 대통령 핵심참모들과 박광온 김한정 등 이낙연 전 대표와 가까운 비명 현역의원이 대거 탈락했다. 여당은 친윤 성향 의원들의 공천 탈락률이 20%대에 그치면서 감동 없는 기득권 공천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민주당의 이른바 ‘비명(非明) 횡사’는 하위 10%, 20% 평가결과가 공개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는 됐다. 그렇더라도 일방적인 비명의 참패로 귀결된 그제 밤 20곳 경선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경선 탈락 의원들은 ‘수박’으로 공격받던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파가 대부분이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은 당원의 당이고, 국민이 당의 주인”이라고 평가했다. 반대파 낙마가 자신이 주도한 게 아니라 당원의 뜻일 뿐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비승인 여론조사 업체가 경선에 개입하자 선거관리위원장이 “허위보고를 받았다”며 사퇴하면서 본격화한 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잡음은 덜하다지만 국민의힘도 주류의 공천 압도라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출마 의사를 밝힌 현역의원 96명 가운데 66명이 공천장을 받았다. 경선 중인 12명의 절반만 살아남아도 현역의원 재공천률은 75%에 이른다. 인요한 전 비대위원장이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다 바꾸자”던 친윤·영남 중진 교체 요구가 오래 전 일로 여겨질 정도다. 1년 전 나경원 전 의원의 당 대표 출마를 연판장을 돌려가며 막았던 친윤 초선의원들 30여 명이 대부분 공천받았다. 당시 주도자였던 박성민 의원이 3자 경선을 앞둔 정도가 눈에 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인사 2명이 공천을 받고, 유승민 전 의원 측이 고전하는 등 대통령의 뜻이 반영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여든 야든 공천을 주도하는 세력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식의 틀을 벗어날 때는 역풍을 맞곤 했다. ‘옥새 파동’으로 불린 2016년 한나라당 공천이 단적인 예다. 힘을 가진 주류 입맛대로 공천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인물의 발탁도 눈에 안 띈다. 이렇게 권력자의 뜻대로 공천하는 식이라면 향후 4년간 우리 정치는 더 나아질 수 있는 걸까. 이 질문에 양당 공천을 주도한 이들이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