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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첨단기술 해외이전 급증…‘기술안보’ 컨트롤타워 정비해야

[사설]첨단기술 해외이전 급증…‘기술안보’ 컨트롤타워 정비해야

Posted June. 08, 2023 09:04   

Updated June. 08, 20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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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이 오랜 기간 많은 자금과 인재를 투자해 키운 첨단기술이 해외로 새나가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엔 한국을 추격하는 중국 등으로 기술유출이 문제였지만 이젠 선진국들까지 우리 반도체, 배터리 기술을 탐낸다. 특히 선진국들은 한국 기업들이 거부하기 힘들도록 ‘당근과 채찍’을 섞인 조건을 내걸고 핵심 노하우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수출된 국가핵심기술 건수는 2018년 22건에서 작년 82건으로 4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이 초격차 경쟁력을 보유한 반도체 기술수출은 재작년보다 50%나 늘었다고 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짓는 반도체, 배터리 공장이 많아지면서 기술도 함께 해외로 나간 것이다.

문제는 해외 기업과 정부의 첨단기술 제공 요구가 갈수록 거세진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과 함께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는 파트너 기업이 안정성 검증을 이유로 제조기술이 담긴 데이터를 요구하는 일도 발생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총사’가 북미에서 단독, 합작으로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는 공장만 15곳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원의 조건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생산 수율 등 민감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 현지법인에 나가 일하는 한국 인재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 기술, 인력을 함께 빼가려는 시도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등 기술패권 경쟁에 뛰어든 나라들은 모두 인재 부족에 허덕이고 있어서다.

국제적 타깃이 된 우리 기술을 지키기 위한 국가전략 수립의 필요성도 커졌다. 기술·산업 안보를 맡은 우리 정부의 기능은 산자부, 국가정보원, 특허청 등에 나뉘어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한 것처럼 기술안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

올해 3월 업계 최첨단 3나노미터 반도체 공정정보를 빼냈던 삼성전자 직원이 초범이란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 등 솜방망이 수준인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 처벌 수위는 대폭 강화해야 한다. 기업들 역시 해외에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도 초격차 기술 개발 기능은 국내에 있는 ‘마더 컴퍼니’에 집중시켜 원천기술을 철저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