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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그림자의 의미

Posted November. 11, 2022 07:50   

Updated November. 11, 20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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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왜 꽃 그림자를 비질하여 쓸어내려 했을까. 화려한 누각을 뒤덮은 게 향긋한 꽃이 아니라 서늘한 그림자여서인가. 아무리 쓸고 또 쓸어봐야 소용없다는 걸 모를 리 없으련만 왜 애먼 아이만 고달프게 했을까. 지는 해와 함께 그림자가 잠시 사라질 순 있지만 밝은 달이 뜨면 이번엔 달그림자로 다시 등장할 테다. 꽃 그림자를 싹 쓸어버리겠다는 시인의 발상이 어떤 배경에서 나온 건지 궁금했던 후인들은 이 시를 두고 갖은 억측을 쏟아냈다.

 혹자는 시인이 심심풀이로 문자 유희를 즐기면서 꽃 그림자의 움직임을 좇아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 소회를 토로한 것이라 했다. 혹자는 또 정치적 갈등에 시달리던 시인이 반대파 인물을 어두운 그림자에 빗댄 것이라 했다. 마침 왕안석 등의 신법파에 밀려나 오랫동안 남쪽 지방에 좌천되는 쓴맛을 맛본 시인의 처지에도 부합하는 추리다. 궁정이라는 화려한 누각을 밤낮으로 서성대며 시야를 흐리는 무리들을 넌지시 비꼬았다는 해석이다. 그런가 하면 이 시에 심오한 삶의 이치가 담겼다고 보는 이도 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은 필연코 그림자를 수반하기 마련. 둘은 원인과 결과로 서로 맞물려 돌아갈 뿐 호불호, 선악, 시비 따위의 잣대로 평가할 성질이 아니다. 하니 떼려야 뗄 수 없고 영원히 쓸어버릴 수도 없는 그림자에다 굳이 그런 잣대를 들이대려는 어리석음을 범할 필요는 없다. 변화무쌍한 세상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현실을 오롯이 받아들이자는 권유라 여겨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