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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기다려 27초 답변…이런 ‘갑질 국감’ 이젠 끝내라

7시간 기다려 27초 답변…이런 ‘갑질 국감’ 이젠 끝내라

Posted October. 11, 2022 07:37   

Updated October. 11, 20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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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가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기업인 등 일반 증인 119명의 답변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일반 증인들은 1명 당 평균 3분41초 꼴로 발언 기회를 얻은 걸로 나타났다. 발언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몇몇을 제외하곤 발언 시간이 2,3분 정도이거나 30초도 안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줄줄이 불러 놓고 온종일 대기시키고 호통치고 끝내는’ 식의 구태가 실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지난해엔 플랫폼 기업의 갑질 이슈가 불거지며 카카오와 네이버 등 IT 기업 창업주들이 줄줄이 국감장에 불려나왔다. 3개 상임위에 불려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국감장에 15시간 40분 동안 머무르며 43분 정도 발언을 했다. 그나마 가장 길게 답변한 증인이었다. 다른 IT 창업주나 최고경영자들은 길어야 8∼15분 정도 답변 기회를 얻는데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증인 119명 중 절반이 넘는 69명은 3분도 답하지 못했다. 7시간 국감이 진행되는 동안 딱 1차례 질문을 받고 27초 답변한 사례도 있었다. 1초도 발언하지 않고 국감장에서 몇 시간 앉아 있다가 돌아간 증인도 있었다. 증인들로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다. 질의응답도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어느 기업인은 “예, 알겠습니다”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예, 맞습니다” 등 11초 동안 단답형 답변만 6차례 되풀이했다.

 국감은 국정 운영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중요한 자리다. 필요하면  누구든 출석시켜 국가적으로 중요한 경제 현안, 사회 현안에 대해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국회에 불러놓고 종일 기다리게 하고 윽박을 지르고 형식적인 질문만 던지거나 아무 질문도 않고 돌려보내는 식의 구태가 반복되는 건 옳지 않다. 국감이 국회의원 힘자랑을 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나. 

 대기업 총수들이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국감에도 기업인 등 일반 증인이 다수 채택됐다. 정무위 국감 등에선 여전히 기업 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나 출석한 증인과 관련 없는 질문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할거면 뭐 하러 바쁜 기업인들을 불렀느냐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이젠 ‘갑질 국감’ 소리가 더 이상 나와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