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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덜하는 한국의 부자들

Posted February. 04, 2017 07:30   

Updated February. 04, 20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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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가 해변에서 한가로이 쉬는 어부와 마주쳤다. “왜 일하러 안 나갔느냐”는 부자의 질문에 “오늘 몫은 다 잡았다”는 어부의 답이 돌아왔다. 대화는 이어진다. “금쪽같은 시간, 더 열심히 일해 돈 많이 벌면 좋지 않나?” “뭘 하려고?” “나처럼 편안하게 삶을 즐기려고.” “지금 내가 그러고 있는데….”

 ▷돈을 왜 버는지, 일의 진정한 목적을 돌아보게 하는 우화지만 우화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할 듯하다. 삶의 질을 높이는 노동시간 단축은 이제 부유층의 특권이 됐다. 어제 KEB하나은행이 내놓은 ‘2017 한국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6시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한국인의 긴 노동시간도 부자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금융자산 10억 원이 넘는 10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부자의 삶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월평균 소득 2326만 원에 매달 970만 원을 쓴다. 하루 6시간만 일하니 여유시간이 넉넉하다. 일반인보다 평일 3.5배, 주말에는 2배 이상 가족과 보내고, 골프 예술관람 등 여가활동을 즐긴다. 자녀 결혼비용으로 아들 7억4000만 원, 딸은 6억2000만 원을 쓴다. 손주 사랑도 지극해서 자산 증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유 부동산은 시가로 평균 45억 원 정도.’

 ▷T 하브 에커의 책 ‘백만장자 시크릿’은 부자와 평범한 사람의 차이점 17가지를 짚어냈다. 그중 ‘부자는 성공한 부자를 감탄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성공한 부자를 욕한다’는 대목이 있다. 사람들은 속으로 부자를 몹시 부러워하면서도 돈이 다는 아니라고 쉽게 자기합리화를 한다는 설명이다. ‘쾌락 적응’이란 심리학 용어가 있다. 새집이든 새 차든 인간은 원하던 것을 얻으면 잠시 만족할 뿐, 달라진 환경을 곧 당연히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금세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소망하면서 욕망의 쳇바퀴는 한없이 돌아간다. 따라서 돈은 일시적 만족과 즐거움을 줄 순 있어도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못한다. 이런 교훈이 부자가 아닌 많은 사람에게 큰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