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김치업체들이 중국으로 수출한 김치가 44만1000달러(약 5억원) 규모로 2015년의 4배에 이르렀다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어제 발표했다. 농식품부가 당초 업무계획에서 제시한 목표(100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목표에 미달한 원인을 찾고 대안을 내놔야 할 농식품부는 “업계와 다각적으로 노력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최고 실적을 냈다”는 자화자찬의 보도 자료까지 내놨다.
발효식품인 한국 김치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다는 이유로 2012년부터 수입을 사실상 금지했던 중국이 2015년 한중 정상회담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작년부터 수입을 재개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작년 한국이 수입한 중국산 김치는 1억2100만 달러(약 1400억 원)로 대중(對中) 김치 수출액의 280배나 된다. 국내 김치시장이 중국산에 잠식되는 상황에 마당에 미미한 수출실적을 강조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다. 한중FTA로 중국 김치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종전 20%에서 19.8%로 소폭 내려갔지만 1년 사이 수입은 7% 이상 늘었다. 한국 김치는 호황이 아니라 위기를 맞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후폭풍이 화장품, 삼계탕에 이어 김치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지만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기만 하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보복조치 없이 통관절차를 지연시키기만 해도 우리 수출업체는 유통기한을 넘긴 김치를 폐기해야 한다. 그런데도 농식품부는 김치만은 다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 김치업계가 수출 상황에 고무됐다는 자료를 냈다. 이런 식의 ‘관제 홍보’는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띄우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시 초기 대응을 잘못해 AI의 전국적 확산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치는 농가와 업계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 농식품부는 번지르르한 장관 홍보보다 실속 있는 민간 지원책 마련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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