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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든 우든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권력의 문화 탄압이다

좌든 우든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권력의 문화 탄압이다

Posted December. 28, 2016 07:11   

Updated December. 28, 201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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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의혹이 제기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났다. 본보 보도에 따르면 박영수특별검사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주도로 대통령정무수석실이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한 명단 일부를 찾았고, 최순실 씨가 그 배후에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블랙리스트 대상자들에게 갈 예산을 차단해 최씨가 자신의 사업에 투입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도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퇴임직전인 2014년 6월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다”고 말했다. 9월초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된 조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본적도 작성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으나 특검 수사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다.

 블랙리스트가 확인된 것은 문화계 검열과 탄압을 자행했던 ‘유신독재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올 10월 언론을 통해 공개된 블랙리스트에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자 등 9473명의 이름이 망라돼있다. 현 정부의 세월호 대처에 비판적인 사람들까지 1만 명 가까운 사람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역사의 시계바늘을 유신 시대로 돌린 블랙리스트의 부활에는 김 전 실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유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합리적 의심을 한다면, 김기춘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게 정말 대통령 뜻인지 김기춘 실장의 장난인지 특검에서 가려줘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비망록에서도 김 전 실장은 ‘문화 예술계 좌파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청와대 참모진에게 지시한 것으로 나온다. ‘공안통’이었던 김 전 실장이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파문을 일으킨 홍성담의 ‘세월오월’처럼 과도한 정치편향성을 드러낸 작품까지 국민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는 코드에 맞는 좌파 문화예술인을 집중 지원하고 보수 성향 예술인들을 차별함으로써 문화계 토양을 황폐화시켰다. 좌든 우든 이념적 잣대로 문화예술을 흔들고 문화인을 정권 입맛대로 통제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이유로든 문화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예술인의 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권위주의 국가로의 퇴행임을 명심해야 한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