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비아그라와 청와대의 절약정신

Posted November. 24, 2016 07:10   

Updated November. 24, 2016 07:36

中文

 1998년 선보인 비아그라는 많은 남성들에게 ‘회춘(回春)의 묘약(妙藥)’으로 인기를 끌었다. 피를 말초신경계까지 원활하게 공급해줘 기세가 꺾인 남성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는 효능 덕분이다. 심혈관계의 부작용 때문에 의사 처방을 받아야 구입할 수 있지만 강한 남성을 유지시켜 주는 수요가 높아 짝퉁과 암거래까지 성행할 정도다. 핏속의 산소 공급을 늘려줘 고산 등반가들 사이에서 호흡장애 등을 완화하는 용도로도 쓰인다고 한다.

 ▷청와대가 작년 12월 비아그라 60정과 비아그라 복제품인 팔팔정 304정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연국 대변인은 “5월 해발 1000∼2000m에 있는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대비해 고산병 치료제로 샀다”며 “한 번도 안 써서 그대로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치료제도 아니고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는 비아그라를 산 게 이상하다는 의사들도 있다. 제조사인 화이자제약 측은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용도가 제한된 전문의약품”이라고 선을 그었다.

 ▷2013년 원자력발전소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이 사용된 것이 드러나 원전 6기가 한꺼번에 가동을 멈춘 적이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여름에 (양복) 윗도리를 입고 넥타이까지 매는데 전기를 절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청와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저도 요즘 에어컨을 전혀 틀지 않고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 청와대가 미용 개선과 노화 방지 용도의 주사제를 다량 구입하고 비아그라를 사놓고 쓰지도 않았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유난히 절약을 강조했다. 135조 원에 이르는 박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예산 누수를 막아야 한다며 깨알 같은 ‘공약가계부’도 만들었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만 85세 이상 어르신에게 매달 3만 원을 드리는 장수수당도 없애라고 닦달했다. 박 대통령의 힘을 빌려 재벌들로부터 수십억 수백억 원씩 뜯어낸 최순실은 씀씀이에서 절약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박 대통령의 진실성이 속속들이 의심받고 있는 지금 비아그라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이 진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