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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북 전단 핑계로 대화 깨는 것이 말이 되나

북, 대북 전단 핑계로 대화 깨는 것이 말이 되나

Posted October. 30, 201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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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오늘 열자고 북한에 제안했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북의 거부로 무산됐다. 북은 어제 국방위원회 서기실 명의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이) 법적 근거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삐라(대북 전단) 살포를 방임하고 있다며 고위급접촉을 개최할지, 삐라 살포에 계속 매달릴지는 우리 측의 책임적인 선택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북이 우리 정부에서 단속할 근거가 없는 대북 전단을 트집 잡아 남북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을 깬 것은 유감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청와대에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로부터 남북관계에 좋지 않으니 풍선을 보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가 자유 사회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없다. 안타깝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것이 진실이다.

북은 8월 11일 우리가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자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지난 4일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참석한 핵심 실세 3인방을 통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회담을 갖자고 했다. 이에 우리가 30일 접촉을 13일 제의하자 뜸을 들이다 그제 가부간 입장을 밝히라는 우리의 요구에 2차 접촉 무산의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북 실세 3인의 돌연 방남 이후 채 한 달이 안 되는 사이 남북관계는 북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투와 대북전단 풍선을 겨눈 고사총포 발사,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에서의 도발 등으로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에 대해서도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며 당장 철회하라로 주장까지 했다. 미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함경남도 신포조선소 인근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시설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성공하면 우리 군이 북의 핵 공격 조짐에 대응 타격하기 위해 추진하는 킬 체인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대남 화전() 양면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기고 무력 적화통일의 야욕을 숨기지 않는 북에 과연 대화의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의 대화공세에 휘말려 남북관계를 장밋빛으로 낙관하며 너무 일찍 김칫국부터 마신 감이 없지 않다. 애기봉 등탑 철거만 해도 결국 북의 눈치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이 나중에 대화 테이블에 나온다 해도 차분하게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