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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여름도 아닌데 전력예비율이 5% 이하라니

[사설] 한여름도 아닌데 전력예비율이 5% 이하라니

Posted June. 09, 20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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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전력대란의 조짐이 벌써 나타났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냉방용 전력수요가 크게 늘자 예비전력이 그제 오후 한때 316만kW(예비율 4.9%)를 기록했다. 전력수급비상조치의 첫 단계(관심)인 400만kW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예비전력이 400만kW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15일 정전사태 이후 처음이다.

예비전력이 300만kW 아래로 내려가면(주의) 전압조정과 함께 일부 업체의 전원공급을 중단하는 2단계 비상조치에 들어간다. 200만kW 밑으로 떨어지면(경계) 주요 산업체의 사용전력을 50% 이상 감축하는 3단계 긴급절전 조치에 돌입한다. 그제 기록한 예비전력 316kW는 2단계(주의)의 문턱에 이르렀으며 전력대란의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6월 초순에 이런 상황이라면 장마와 무더위가 겹칠 78월을 어떻게 넘길지 난감하다.

올해는 새로 가동되는 발전소가 없는 데다 지난 겨울 풀가동했던 기존 발전소들이 집중 정비에 들어가 있다. 고장과 사고로 멈춰선 발전소도 많다. 당장 전력공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전력부족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절전() 뿐이다.

이달 초부터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트는 다중이용 시설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시민단체공동 절전캠페인 추진협의회도 발족했다. 한국의 1인당 전기사용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수요 관리부터 해야 한다. 일본은 강제 절전 의무 규정이 없는데도 정부 방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절전에 동참한다. 일본이 하는 것을 우리 국민이 못할 리 없다.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운동처럼 온 국민이 한마음이 돼 절전에 참여해야 할 때다.

올여름 고비를 넘긴다 해도 절전 호소만으로 구조적인 전력부족 상황에 대응할 수는 없다. 전기 사용량이 많다고 해서 발전소부터 지을 일도 아니다. 여름이나 겨울 피크에 쓸 전력을 위해 발전소를 짓다보면 낭비적 요소가 너무 크다. 너무 싼 전력요금도 전기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겨울 10% 의무절전제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력소비(최대전력수요량)는 전년보다 33%나 늘었다. 전력요금을 올리지 않고는 수요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전기가 석유가스보다 싼 가격 역전 현상 탓으로 가장 생산원가가 비싼 고급에너지 전기가 땔감으로 쓰이고 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절전 인센티브를 확대해 전력사용 습관의 비효율성을 고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