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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랑의 화신

Posted December. 27, 201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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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들의 건강까지 헤아리시어 이런 사랑의 조치를 취해주시니. 북한 매체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의식장 주변에 더운물 매대, 의료초소 같은 편의시설이 새 지도자 김정은의 지시로 차려졌다며 인민적 지도자 띄우기에 나섰다. 엄동설한임에도 하루 세 번씩 조문을 다녀오지 않으면 사상을 의심받는 곳이 북한이다. 그런데도 조선중앙방송은 조의식장을 찾은 주민들이 사탕가루 물을 받아들고 커다란 격정에 휩싸여 눈물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진정 그이(김정은)는 사랑의 화신이시라고 시민들은 격정을 토했다고 전했다.

북에서는 지도자의 사랑도 대를 잇는다고 믿는 모양이다. 김정일 역시 북한 매체에 따르면 사랑의 화신이었다. 2005년 노동신문은 불 난 집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먼저 꺼낸 뒤 아내를 구하려다가 숨진 남자를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이 이 소식을 보고받고 온 나라가 알도록 해주시는 은정 깊은 사랑을 베풀었다고 전했다. 이런 사랑 속에 생겨난 북한사람의 충성심은 우리도 목격한 바 있다.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때 북한에서 온 미녀 응원단은 김정일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가 빗속에 방치돼 있다며 끌어안고 통곡했다.

북한 출신 배우 겸 가수 김혜영 씨는 어릴 때부터 받은 이념교육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니콜라스 크리스토퍼는 북한에선 집집마다 벽에 붙어있는 확성기에서 종일 선전이 나온다며 더욱 놀라운 점은 여기엔 켜고 끌 수 있는 스위치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정치적 반대만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까지 지배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세상에서 제일가는 전체주의 국가라며 크리스토퍼는 북한 주민들의 애도가 진정일 수 있고, 북한은 금방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태어나면서부터 김일성 집안의 사랑 교육을 받고 산 북한 동포들은 어쩌면 우리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1994년 김일성의 100일 추모제를 마친 뒤 김정일은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는 김일성이므로 조선민족은 김일성민족이라고 선언했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도 연인의 거짓에서 비롯됐음을 깨닫는 순간,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북한의 한민족()도 그랬으면 좋겠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