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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명품 값 내려도 고객층 불변

Posted July. 18, 201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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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발표 이후 유럽의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가운데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14일 인하 방침을 발표하자 명품 업계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명품업계는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매년 가격을 인상해 왔다. 에르메스도 인상요인이 있을 때마다 가격을 올려왔었다.

에르메스는 15일자로 평균 5.6%, 최고 10%의 가격 인하 방침을 발표하면서 에르메스 제품은 대부분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EU국가에서 생산되는 만큼 한EU FTA 발표에 따른 가장 큰 수혜자리며 고객들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가격 인하 방침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명품 업체들은 에르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직하지 않은 회사로 비춰지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나 가격과 관련된 이슈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명품이 이성적 판단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 위기감의 본질이라고 명품업계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럭셔리브랜드경영의 저자인 미셸 슈발리에 박사는 저서를 통해 명품 고객들은 제품을 구입할 때 이성적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이성적 기준이 도입되면 쇼핑의 기쁨이 감소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적인 기준이 세간에 오르내리면 심리적 우월감 등 꿈의 가치를 고려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명품 핵심 고객들이 꿈을 잃고 실망할 것이라는 게 명품 업계의 우려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의 브랜드들이 가격 이슈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장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명품의 가격 정책에는 일반 소비재 브랜드의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전략적 판단이 따른다고 말했다.

에르메스가 FTA 발효에 따른 혜택을 고객들에게 돌려주겠다며 이례적으로 결정한 것은 이미 최고가 브랜드로 각인돼 있어 가격을 내리더라도 고가 이미지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이 교수의 해석이다.

에르메스는 주요 가방 라인인 버킨35 모델의 평균 가격이 1280만 원대에 달하는 최고급 브랜드로 꼽힌다. 다른 주요 브랜드의 대표적인 가방 모델보다 500만 원 가량 비싼 것. 이에 대해 에르메스 관계자는 매장 내 고객 반응을 살펴 조심스럽게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명품업체들은 일단 고가의 프리미엄 전략을 계속 구사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최고급 브랜드인 샤넬은 최근 몇 해 간 수요자층의 타깃 연령을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해왔다. 루이뷔통 역시 매장 당 평균 면적을 현재보다 2, 3배가량 넓히는 등 고급화에 주력할 예정이고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FTA가 맞물리면서 오로지 이 이슈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뭇매를 맞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항변이다. 한 명품산업 전문가는 명품업체의 가격 인하 결정은 여론이나 당장의 매출 증감이 아닌 브랜드 전략에 따라 그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