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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 애잔한 그 눈빛에 넘어가다

Posted July. 01, 2008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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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외모, 170cm의 크지 않은 키, 좁은 어깨에 비쩍 마른 체구의 제임스 매커보이는 훈남도 꽃미남도 아니다. 그런 그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근까지 1년간 주인공을 맡은 영화 5편이 한국에서 개봉했다. 한 스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1년간 5편이나 국내에서 개봉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중 국내 개봉된 것은 비커밍 제인을 비롯해 스타트 포 텐 어톤먼트 페넬로피에 이어 현재 상영 중인 원티드까지 5편이다. 상대역도 앤젤리나 졸리, 키라 나이틀리, 앤 해서웨이, 리치 크리스티나 등 정상의 스타들이다. 지난주 국내 개봉한 원티드는 개봉 첫 주 82만2000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인지 황영미 심영섭 박유희 씨 등 여성 평론가들에게 들었다.

량차오웨이와 맞먹는 깊고 섬세한 눈(황영미)

깊고 따뜻하고 섬세함이 느껴지는 눈을 갖고 있다. 운명적인 삶을 연기하기에 좋은 눈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명으로 연인과 헤어지고 전쟁터로 끌려가는 어톤먼트나 저주에 걸린 여인을 사랑하는 페넬로피처럼 운명의 장난에 휘말린 남성 캐릭터가 어울린다. 운명에 도전하는 강렬한 이미지가 여성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남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눈빛이다. 동양 배우로 말하자면 량차오웨이처럼 강하면서도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듯한 이미지를 눈빛으로 말하고 있다.

추천 장면: 영화 어톤먼트에서 누명을 쓰고 군대에 징집됐을 때, 마차에 오르기 전 연인 세실리아(키라 나이틀리)를 바라보는 눈빛. 여리고 안쓰러우면서도 애잔한 눈빛.

휴 그랜트와 다른 정통 잉글리시맨(심영섭)

고전이 어울리는, 요즘 흔치 않은 얼굴이다. 같은 영국 출신인 휴 그랜트가 할리우드에 동화된,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느끼한 영국 남자라면 매커보이는 어둡고 오만하면서도 꾸미지 않은 진지함이 느껴지는 고전적인 영국 남자다.

그랜트가 솜사탕 같고 이완 맥그리거가 일탈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면 매커보이는 진정성이 느껴지기에 저 남자는 사랑을 하면 진정으로 온 마음을 바칠 거야라는 최면을 거는 듯한 느낌이다.

고저장단이 확실한 정통 잉글리시 악센트를 구사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깊이 있는 외모와 세련된 억양이 합쳐지며 귀족적인 이미지를 지녔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어톤먼트나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를 다룬 비커밍 제인 등 전근대를 배경으로 한 영국 고전물의 남자 주인공으로 입지를 굳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주의적 느낌이라기보다는 신화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캐릭터다. 지금은 사라져가는 남자 배우 종족이다.

추천 장면: 비커밍 제인에서 결혼에 반대하는 부모를 두고 자신과 떠나자고 제인 오스틴(앤 해서웨이)을 설득하는 장면.

박해일 같은 보호 본능(박유희)

왜소한 이미지, 슬픈 눈, 패배자 역할이 모성 본능을 자극한다. 매커보이는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우면서 항상 모자란 듯한 남자다. 어톤먼트의 로비 역이나 페넬로피의 맥스 역은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 아프고 무언가 채워줘야 할 부분이 있는 남자의 역이다.

채워줄 부분이 없는 완벽한 남자 캐릭터는 이제 여성의 감성을 자극하지 못한다. 얼짱 몸짱 트렌드는 지난 것 같다.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면서 자신이 무언가 해줄 수 있고 보호해줄 수 있는 남자가 더 인기다. 원티드의 경우에도 매커보이는 여자 상관에게 눌려 사는 샐러리맨으로 나오고 상대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매커보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도와주는 누나 캐릭터다.

추천 장면: 직장의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도중 바람피우는 여자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무기력해하는 모습.



유성운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