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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3.1% 실업자가 78만명이라고? 백수 207만명 더 있다

실업률 3.1% 실업자가 78만명이라고? 백수 207만명 더 있다

Posted January. 23, 200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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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양모(33) 씨의 하루 일과는 낮 12시쯤 시작한다. 평소 새벽녘 동틀 무렵까지 컴퓨터 롤플레잉 게임과 만화책에 빠져 지낸다. 직장을 안 다녀본 것은 아니다. 졸업과 동시에 알아주는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2년 만에 그만뒀다. 퇴직 후 간간이 입사 제의가 오는데도 양 씨는 번번이 거절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요즘, 주변에선 이런 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양 씨는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아닌데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속에서 굳이 일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 이처럼 일을 할 수 있으면서도 직장,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도 돌보지 않는 인구가 200만 명이 넘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경제활동인구는 모두 1495만4000명. 이 중 순수한 무직자가 207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도 아니고 육아나 집안일을 하는 가정주부, 또는 학교학원을 다니는 학생도 아니다. 주당 몇 시간씩이나마 아르바이트를 찾아 일하는 이른바 프리터족도 아니다. 나이가 들어 일을 못 하는 노인, 병에 걸려 쉬고 있는 사람도 이 분류에서 제외된다.

공식 실업률은 작년말 현재 3.1%(78만명) 였다.

일할능력 있지만 구직의사가 없어

독신녀인 고모(45) 씨는 10여 년간 해 오던 개인 사업을 지난해 초 접었다. 사업으로 쌓인 빚을 모두 갚고 난 지금도 별다른 계획이 없다. 고 씨는 또 다른 사업을 벌이자니 돈이 부족하고 이 나이에 새로 취직을 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제빵 기술이라도 배워 볼까 하고 강습 학원을 다녀봤지만 이내 포기했다. 조금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유사 실업자의 공통점은 굳이 일을 하자면 할 수 있는데도 안 한다는 것이다. 보수나 사회적 지위, 복리후생 수준이 낮은 직장에 다니느니 그냥 쉬는 게 낫다고 판단한 사람, 조기 퇴직 후 특별한 계획 없이 쉬는 사람, 다른 소득이나 가족의 지원이 있어 일을 안 하는 사람 등이다. 부모에게 기대 취업을 하지 않는 캥거루족도 있지만 조기 퇴직 후 일할 의욕을 상실한 채 쉬는 중장년층도 많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들은 모든 연령대에 걸쳐 고르게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비록 이들은 지금은 근로 의욕이 없지만 아주 매력적인 직장이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취업할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그런 직장을 찾을 때까지 취직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사 실업자의 수는 2000년 128만8000명에서, 2003년 161만7000명, 2006년 203만4000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노동시장 수급 불일치가 원인

유사 실업이 장기화되면 세상사에 의욕을 잃고 이른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되기 쉽다. 직장도 학교도 다니지 않으면서 적극적인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니트족은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일으킨다. 일에서 인생의 의미를 못 찾고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사회가 건강할 수가 없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의 경우는 고학력이면서도 부모의 과보호로 취직할 필요를 못 느끼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를 꼽는다. 기업의 고용 창출력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졸 이상 고학력자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구직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유휴 인력 때문에 한국의 (인구 대비) 고용률은 지난해 59.8%로 수년째 60%를 밑돌고 있다. 6570%인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치다.